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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진보교육감에 바란다]학부모 “혁신학교·친환경 무상급식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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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부모

학부모들은 다음달 1일 전국 13개 시·도에서 동시 시작될 ‘진보교육감 시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교육이 뭔가 확 바뀌길 바라면서도 ‘준비 안된’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싶지만, 공교육이 살아나고 틀을 갖춰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이 ‘4년대계’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경향신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왼쪽)가 6·4 지방선거 선거운동 중이던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에 들러 학부모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학교 인근 유해시설 규제는 당연… 대안학교 국가 지원 필요

교육감 따라 바뀌는 ‘4년대계 교육’… 정책 변경에 신중해야”


■ 최소한 규제 필요… 친환경 급식 기대 커

학부모들은 생활 이슈에서 진보교육감에게 거는 변화의 기대가 컸다. 학교 유해 환경이나 안전·급식, 장애인을 보듬는 교육에서 시시콜콜 요구가 쏟아졌다.

서울 성심여중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정방씨(44)는 학교 앞을 유해시설 없는 ‘그린벨트’로 만들겠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공약을 학수고대했다.

정씨는 “맹모삼천지교란 말도 있듯 아이들이 보고 자라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고 아이들에게 바르게 크라고 하지만, 정작 어른들이 그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며 “조 당선자가 학교 옆 경마장이나 호텔 등 유해시설에 대한 ‘착한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성심여중·고 인근 215m 거리에 용산화상경마장을 신축 이전해 지난해 9월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에는 다들 반색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원영씨(43)는 “인스턴트·불량 식품에 과다 노출된 아이들의 건강이 20~30년 뒤 큰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건강한 식생활을 익힐 수 있도록 친환경 급식과 별도의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자폐증 자녀를 둔 장모씨(41)는 “장애학생에 대한 별도의 특수교육도 중요하지만,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배려하며 함께 생활하도록 가르치는 통합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학교인 성미산초등학교 학부모 홍순성씨(50)는 “획일적인 공교육 제도 밖의 교육을 꿈꾸는 대안학교를 마치 ‘부적응 학생들’의 집합소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며 “정부는 대안학교를 인정하고 국공립학교와 같이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놓고는 학습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지도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박광영씨(48)는 “학생인권조례에도 담겨 있듯 두발 규제 같은 것은 점차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학생이 학생답게 단정한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과한 규제는 없애더라도 연예인들을 무조건 따라하지는 않도록 적정선을 지키도록 하는 생활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입시·고교 체제 변화는 바라지만…

진보교육감이 내놓은 ‘혁신학교’ 플랜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고 발전시켜달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두 자녀가 혁신중학교, 일반고에 다니는 학부모 박영인씨(43)는 “요새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립성이 부족해 대학 가서 커리큘럼도 엄마가 짜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둘째 아이가 혁신중학교에서 주체성·협업·배려를 배우며 수업받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고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 수가 매우 적고 대학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중학교까지 혁신학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지속적인 교육을 받기 힘들다. 고교도 혁신학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 체제나 대학 입시를 놓고는 색깔이 다른 주문이 나왔다. 자사고를 없애 일반고를 살려달라는 목소리와 공교육이 정상화돼야 특권교육·사교육의 굴레를 깰 수 있다는 현실론이 섞였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닭과 달걀’ 논쟁이 일고 있는 셈이다. 중 3과 일반고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장모씨(49)는 “큰 아이가 특목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일반고에 갔는데 아이가 (공부 환경이 좋지 않다며) 많이 힘들어해 결국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공교육 틀 안에서도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지 않아도 대학입시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과 변화를 함께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각자의 생각이나 위치에서 ‘입시 만능’이 된 학교를 보는 시선도 교차했다.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 3학년 학부모인 원서연씨(44)는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보다 신중하고 학교마다 다른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내신성적을 강조하는 현 대입 체제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불리하지 않도록 내신·수능 성적의 대입 반영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고교 2학년 학부모인 김경실씨(49)는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성적순에 따른 줄이 있으면 체육 능력에 따른 줄도 있어야 한다”며 “자사고든 특목고든 현재는 오로지 성적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중1 학부모인 이화영씨(44)는 “학부모들은 잦은 입시정책 변화를 두고 교육감 임기에 빗댄 ‘4년 대계’란 말이 나올 정도니 이것저것 고교 진학부터 신경 써야 할 학부모들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직업에 대해 물어봐도 부모로서 다양한 직업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일찍 자신만의 목표가 생기도록 직업 체험 등 진로 교육을 미리부터 했으면 한다”며 직업·진로 교육을 보다 강화시켜 주길 바랐다.

<시리즈 끝>

<허남설·김지원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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