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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기자수첩]"제주시장은 동물원 호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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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제주=뉴시스】김용덕 기자 = 30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상오 제주시장이 16일 출입기자와 가진 간담회 휴식 시간에 “그동안 제주시장을 해보니 (제주시장은) 한 마디로 동물원 호랑이였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털어놨다.

이는 자치 재정권·인사권이 없는 행정시장이 처한 역량의 한계를 비유한 말로 해석된다.

김 시장은 이날 “이제 25일 월급날까지 9일밖에 안 남았다”며 “제주시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가장 시급한데 행정시가 갖는 재정 역량의 한계 때문에 (업무를 추진하는데 많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사권도 없는 시장의 무력감도 언급했다.

그는 “현장 행정을 펼치면서 주민으로부터 중요한 사안을 건의 받아 비서실에 전화해 조치를 취하도록 했으나 비서실장이 6급이라는 이유로 5급 사무관인 관할 부서장이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며 “(이런 일을 해결할 인사권이 없으니) 안에서도 먹히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김 시장은 “시장 비서실장은 최소한 5급 사무관 정도는 돼야 시장의 지시가 먹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5급 이상 인사권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갖고 있다.

사실 행정시를 기초자치단체로 부활시키는 문제는 제주도의회가 제주도와 양 행정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할 때마다 부각되는 사안이다.

기초의회 부활은 둘째치고라도 기초자치단체는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행정시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중요 사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제주시장이) 호랑이는 호랑이지만 야생성이 전혀 없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원 호랑이 같았다”라는 김상오 시장의 말은 현 제주시의 위상을 그대로 그려낸 한폭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kydjt630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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