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이제 교육부가 변해야 한다 ” … 3선 성공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선에 성공한 이영우 경북도교육감(68)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과 관련, “우리나라 교육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그는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인 개념으로 교육을 그 같은 잣대로 나누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일률적인 잣대가 아닌 다른 목소리들이 소통하고 서로 잘하려고 경쟁도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이 보다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마다 실정이 다른데 그동안 교육부가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간섭이 너무 심했다”며 “교육자치에 맞게 이제 교육부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3선에 성공한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경북도교육청 집무실에서 선거 이후 교육계 동향과 앞으로의 경북교육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이와 함께 “현재의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을 성적과 경쟁 위주로 몰고가는 부작용이 많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9년 4월 보궐선거로 경북도교육감에 당선된 뒤 2010년 지방선거 때 재선됐으며 이번에 3선에 성공했다.

선거후 업무에 복귀한 이 교육감을 13일 경북도교육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3회 연속 경북교육계 수장으로 도민의 선택을 받았는데

“오랜 교사 생활에다 도교육청 장학관·교육정책국장을 지낸 이력 등으로 경북교육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라는 점을 인정해주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5년간 교육감으로 일해 인지도면에서 다른 후보들 보다 앞선 덕도 많이 봤다. 또 ‘5년 연속 우수교육청 선정’ 등 그동안의 각종 실적도 뒷받침이 됐다”

-선거과정에서 만난 도민들의 교육에 대한 바람은 어떻던가

“전통적인 가치와 예절의 부재, 사교육비, 안전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예전에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편지를 쓰도록 한 것과 같은 계기수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교실 등을 내실있게 운영하고 학부모가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설물 점검·관리 강화와 함께 수학여행·체험학습 등을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해 테마를 잡아 1~2학급 단위로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공약인 학력 향상과 인성교육을 어떻게 병행해나갈 것인지

“학력 향상과 인성교육을 양립 개념으로 보는 것은 학력을 ‘배움을 통해 얻은 실력’이 아닌 단순한 ‘시험 성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이 되면 학력도 좋아진다. 아이들이 학교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좋아하는 악기와 운동을 하나씩 하도록 하겠다. 기분이 좋아지면 인성도 좋아지고 학력도 좋아진다. 같은 차원에서 소규모학교를 중심으로 축구·바이올린·영어 등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특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자율재능학교’를 확산시켜나가겠다. 또 현재 일부 이뤄지고 있는 ‘학생중심 수업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 주입식·강의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고 질문·대화하는 방식으로 교수·학습 방향을 전환해나가겠다. 그리고 현재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률적으로 시행하면서 결과를 발표·공개하고 시·도교육청 평가에도 반영하니 성적·경쟁 위주로 교육현장이 내몰리게 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 일부만 표집해서 시행하든지 방법을 달리 할 때가 됐다”

경향신문

3선에 성공한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경북도교육청 집무실에서 선거 이후 교육계 동향과 앞으로의 경북교육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전국적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선출됐다. 교육계에 변화가 예상되는데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정치적인 개념이다. 선거후 지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진보 교육감’이 많이 당선됐다고 걱정하던데 그런 것(걱정할 일) 아니다.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일률적인 잣대가 아닌 다른 목소리들이 소통하고 서로 잘하려고 경쟁도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교육감들은 자기 교육 잘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동안도 ‘진보 교육감’이 있었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에서 의견 차이는 있었어도 마찰이나 갈등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통이 잘 될 것이다. 교육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어려운 과정이 있겠지만 교육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 마다 실정이 다른데 그동안 교육부가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간섭이 너무 심했다. 교육자치에 맞게 이제 교육부도 변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안정된 가운데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작스럽게 바꾸려고 하면 혼란이 일어나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주게 된다”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문제 등 당장 정부와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들도 많은데 이런 사안들에 대한 견해는

“경북의 경우 자율형사립고는 잘 되고 있다. 유지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반대한다. 교직은 일반 공무원과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부가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해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뒤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편 가르기하는 것이 되고 혼란만 온다. 정책 추진에 유연성이 필요하다. 교육행정은 부드러워야 한다”

-선거후 여권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그건 아니다. 반대다. 교육감 선거로 인해 국민들이 새삼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교육감 직선제는)시대의 흐름이고 국민의 뜻이다. 직선제를 하니까 교육에 변화가 있는 것이다. 교육자치를 한다면서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직선제를 폐지하게 되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든지 하게 돼 소신있는 교육행정이 안된다. 교육은 경제 보다 더 중요하다”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