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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취재파일] 경찰의 어떤 집회 금지, 과연 적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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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 적절한 조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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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에서는

집회 시위는 주지하다시피 민주 사회에서 시민이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한 수단이다. 헌법 21조 1항에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언론 출판의 자유'와 함께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2항에서는 '그 자유는 누가 허가하는 게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건, 비상 계엄이 선포시 그것도 법률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다. 헌법 77조다.

헌법 제77조
③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런 헌법의 천명과는 별도로, 집회 시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줄여서 집시법이다.

먼저 집회 및 시위 신고, 집시법 6조에선 시작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집시법 8조는, 경찰이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집시법의 목적 중 하나는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시법 8조에 따라, 경찰이 금지 통고할 수 있는 집회는 우선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집회다. 이럴 땐 선착순이다.(네이버 웹툰 '송곳'에도 이와 관련한 에피스드가 나오는데... 특정 기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그 본사 앞에서 열기 위해 밤샘 대기하다 집회 신고를 했다거나 미리 유령단체가 집회 신고를 선점했다거나 하는 일이 수년 전만 해도 비일비재했다. 이전보단 줄었을 수도 있으나 지금도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엔 집회 시위로 인해 재산,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사생활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군 시설이나 군 작전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장소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경찰은 집회나 시위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집시법 8조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회나 시위의 금지 통고에 대하여는 제1항을 준용한다. <개정 2007.12.21.>
1. 제6조제1항의 신고서에 적힌 장소(이하 이 항에서 "신고장소"라 한다)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平穩)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2.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신고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2호에 따른 군사시설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시설이나 군 작전의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여기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심각한', '뚜렷하게', '뚜렷이'다.

주거지역, 학교 주변, 군 시설 주변에다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 보호 요청을 한다고 해서 모든 집회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각하거나 뚜렷하게 피해를 주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때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아예 집회, 시위가 금지된 장소도 있다. 집시법 11조에 나와 있는데,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 공관(행진시 예외), 국내 주재 외국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대상이 아닐 때나 대규모 집회 확산 우려 없을 때, 휴일에 개최할 때) 주변 100미터 이내에선 집회 시위 금지다.

교통 소통을 위해 제한할 수도 있다. 집시법 제12조인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6.10 집회 신고 61개, 모두 금지 통고…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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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황하게 헌법과 집시법의 관련 조항을 늘어놓은 이유는, 6월 항쟁 27주년을 맞아 '6.10 청와대 만인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주최측이 신고한 61개 집회를 경찰이 모두 금지 통고했기 때문이다.

만인대회 주최 측이 밝힌 집회 신고 장소는 아래와 같고, 시간은 19시부터였다.

번호 도로 번지 건물
1 삼청로 4 란스튜디오
2 삼청로 6 서울셀렉션
3 삼청로 8 갤러리현대 본관
4 삼청로 10 법련사
5 삼청로 12 꼬세르
6 삼청로 14 갤러리현대 신관
7 삼청로 18 금호미술관
8 삼청로 22 예나르(영접빌딩)
9 삼청로 24 COREME
10 삼청로 1 광화문 누각 앞
11 삼청로 1 광화문 누각~동십자각
12 삼청로 1 경복궁 주차장 입구 남쪽
13 삼청로 1 경복궁 주차장 입구 북쪽
14 세종로 1-55 국립민속박물관 입구
15 세종로 76-4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앞
16 세종로 77-2 광화문 누각~고궁박물관입구 1
17 효자로 3 고도빌딩
18 효자로 9 통의파출소
19 효자로 15 코오롱빌딩
20 효자로 17 담
21 효자로 25 진화랑
22 효자로 33 통의동 보안여관
23 효자로 39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24 자하문로 6 던킨도너츠
25 자하문로 10 대관령명품한우
26 자하문로 12 버스정류장
27 자하문로 18 교촌치킨
28 자하문로 18-1 마산아구찜
29 자하문로 22 화암빌딩
30 자하문로 24 섬마을횟집
31 자하문로 26-1 경복궁박광일참치
32 자하문로 30 통의동 우체국
33 자하문로 32 북촌손만두
34 자하문로 36 유양석치과
35 자하문로 40-1 창성갈비
36 자하문로 42
37 자하문로 44
38 자하문로 46
39 자하문로 48
40 자하문로 50-1 다슬기해장국
41 자하문로 54
42 자하문로 60 세븐일레븐
43 자하문로 62 파리바게뜨
44 자하문로 66-1 웰빙 장충왕족발
45 자하문로 70
46 자하문로 74-1 진일정 원조떡갈비
47 자하문로 82 경복궁 아트홀
48 자하문로 86-1
49 자하문로 83 버스정류장
50 자하문로 69 옥인교회
51 자하문로 61 신한은행
52 자하문로 92 청운효자동주민센터
53 자하문로 26길 15 가진화랑
54 자하문로 28길 8 새사람선교회
55 자하문로 28길 16 궁정교회
56 자하문로 30길 24 버스정류장
57 세종로 2-4 국립고궁박물관 옆
58 세종로 1-85 고궁박물관 입구 옆
59 창성동 116-3 영추문 옆
60 적선동 106-1 우리은행 옆 인도
61 적선동 106 경복궁 옆 3번 출구


경찰이 집회 금지를 통고하며 이유로 내세운 건 집시법 8조와 12조다. 주거 지역에, 학교 시설 주변인데다 교통 소통 방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 지역 거주자나 시설 관리자가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주최 측은, 신고 장소가 평소에도 집회나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곳인데 청와대 근처라는 이유로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내세운 금지 이유에 해당하지 않고 청와대 주변이라고 해도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에 집회 금지 장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데 금지했다는 것이다. 또 전날 정오쯤 통고를 해옴으로써 다시 집회 신고를 할 수 있는 여유도 주지 않았다며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주최 측은 예정했던 집회를 강행했고 경찰은 불법 집회라면서 집회 참가자 69명을 연행했다.

왜 최근 집회 시위 참가자들은 청와대로만 가려고 하냐, 경찰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집회를 어디서 열고 어디로 행진하는가는 전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정할 문제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최근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이를 집회와 시위를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는 현실 인식과 판단의 문제다. 그런 인식과 판단이 적절했는가는 집회 금지 논란과는 무관한 것 같다.

●경찰의 집회 금지, 적법했나

이번 집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 통고가 적법했는가? 앞서 적었듯 '6.10 만인대회'가 '심각하게', '뚜렷이' 사생활의 평온이나 학습권 침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었나를 따져봐야 한다.

비가 온 데다 평일이라 그랬는지 참가자는 여기저기 합쳐도 2백여 명 수준이었다. 경찰은 6천 4백 명 배치됐다. 이 정도면 주말 촛불집회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또 평소 경찰 정보력으로 볼 때 참가인원이 어느 정도일지도 미리 파악했을테다. 혹시 경찰의 과잉 대응이, 경찰이 집회 금지 사유로 내세운 현상들을 (있었다면) 불러오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더 나아가서는, 헌법 규정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경찰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집회를 허가 또는 금지하고 있는데 이게 타당한지다. (헌법에 집회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건 1987년 헌법 개정 때 일이다. 6월 항쟁 27주년 즈음해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게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경찰의 판단을 그대로 신뢰할 수 있다고 해도 이대로 놔두는 건 위헌 내지는 헌법 불합치 수준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판단이다. 하물며, 경찰에 대한 신뢰는 여러 면에서 볼 때 그렇게 두텁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각 경찰서마다 서장이 자문할 수 있는 집회시위 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운영은 말 그대로 유명무실이다.(자문위를 통해 집회 시위 금지한 사례는 있으나 금지를 허용으로 바꾼 사례는 보지 못했다. 그런 사례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집시법의 목적은 1조에 나와 있듯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경찰 판단의 무게 중심은 아무래도 공공의 안녕질서 쪽에 가 있는 것 같은데 계속 그러려면 집시법 1조도 개정하고, 헌법까지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묘안이 절실하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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