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화’ 언론인 출신 총리 기용.. 충청권 안배도 작용

총리후보 문창극·국정원장 이병기 내정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 막판 선택 주요 기준 작용
외교안보 투톱체제… 개각·靑 참모진 개편 속도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장고끝에' 새 국무총리 후보에 언론인 출신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 지명자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중도 낙마한 지 14일째,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44일 만에 이뤄진 인선이다. 당초 개혁성과 추진력, 청렴성, 갈등조정, 실무능력 등을 감안해 정치인이나 관계 및 학계 등에서 인선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빗나간 이례적 인선으로 받아들여진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에 언론인 출신을 전격 기용한 것을 놓고 야권의 '불통 공세'를 차단하고 '소통'과 '경청'을 통해 민심에 귀기울이겠다는 박 대통령의 복심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국정원장에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이병기 주일대사가 내정됐다. 이 대사는 친박근혜계 원로그룹 중에서도 좌장격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다.

■장고 끝 言手(언론인 총리 후보)

박 대통령이 총리 인선에 장고를 거듭한 배경에는 안대희 카드 실패 이후 더욱 높아진 총리 후보자 자격기준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현미경 검증'을 통해 적임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다수의 대상자가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희 전 후보자가 여론 검증 과정에서 본인 및 가족의 사생활이 과다 노출되는 등 개인 신상이 마구잡이식으로 대중 앞에 드러나면서 후보군 명단에 올랐던 일부 후보자의 경우 본인보다는 가족 및 친지들의 반대가 심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역안배와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막판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후문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공들인 충청권에서 완패함으로써 충청 민심을 다독이고 지역 안배 차원에서 충청권 인사인 문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것. 언론인 출신의 총리 후보 지명은 까다로운 검증이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정면 돌파하는 한편 야권의 '불통 정권' '불통 대통령' 공세를 차단하고 현장의 민심을 내각에 전달해 주요 국정과제에 생생한 민심을 반영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배어있다는 분석이다. 또 제3자적·객관적 입장에서 그동안 정부 정책 집행에 대한 비판과 내각 국정운영의 '감시자' 역할을 해온 언론인 출신인 만큼 세월호 후속대책인 국가 대개조작업을 비롯해 공직개혁,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혁파 등에 과감하게 강공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한다.

특히 부처 간 협업과 경제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원활한 추진, 집권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국정성과를 도출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공직경험이 전무해 복잡다양한 정책 집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처 간 갈등과 충돌에 대한 '조율사' 역할을 제대로 추진할지 주목된다. 또 야당 측에서 벌써부터 현역 시절 쓴 다양한 칼럼·기고 등을 놓고 이념적 편향성 등을 문제삼으며 거미줄 검증을 벼르고 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외교안보 김관진-이병기 투톱

이병기 내정자는 친박근혜계의 핵심 원로인사로 외교관 출신이다.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주일대사를 역임하면서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 양국 간 관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일본 지도부의 우경화 가속화와 독도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양국간 관계복원이 힘든 상황에서도 실무자 입장에서 외교적 노력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이 내정자의 투톱 체제로 최근의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대화와 협상에 능한 이 내정자 성향상 대북정책 기조가 기존 강경노선에서 유화노선으로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내정자는 특히 최근 북·일 관계 개선의 배경에는 우리의 외교정책이 미국·중국에 편향된 나머지 대일 외교의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향후 한반도 안보 외교 기조와 방향 등을 놓고 윤병세 외교부장관과의 마찰을 예상하기도 한다.

■개각 및 靑 개편 속도 낼듯

총리 후보 지명으로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만큼 정홍원 총리가 문 후보자와 협의를 거쳐 청문회 이전에 제청권을 우선 행사할지, 아니면 인사청문회 이후 정상절차를 밟아 개각을 단행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개각은 16일부터 시작되는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이후로 예상된다.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고 원활한 사고 수습과 국가대개조 작업을 진두지휘할 총리 후보자를 인선한 만큼 2기 내각 역시 새 총리와 호흡을 맞출 참신한 인사들로 짜여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폭 이상의 개각으로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해 새롭고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과 본격적인 국정과제의 성과물을 도출한다는 로드맵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참모진 역시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을 반영해 1기 참모진 멤버와 최근 미흡한 업무처리 등으로 교체 요구가 높은 참모진을 위주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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