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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죽다 살아난 남경필 당선인에게..."이젠 주류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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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6.4지방선거 취재기자가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머니투데이

(수원=뉴스1) 김영진 기자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5일 오전 경기 수원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4.6.5./뉴스1


기자들이 흔히 쓰는 말로 '마크맨'이라는 게 있습니다. 주요 인사를 전담해서 취재하는 기자를 말하는데요, 마크맨은 선거 때 빛을 발합니다. 자는 시간을 빼곤 거의 하루종일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들기도 하고 남들이 모르는, 기사로는 쓸 수 없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기도 합니다. 물론 실망스로운 모습을 볼 때도 있죠.

머니투데이 the300(더 300)에서도 마크맨들이 이번 선거에서 활약을 했는데요, 선거가 끝나고 이들에게 특명이 내려졌습니다. 마크맨 기간동안 느낀 소회를 '편지 형식'으로 쓰라는 거였죠.

그런데 저는 마크맨도 아니면서 편지를 쓰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에게 '레터'를 보내겠다고 나선 겁니다. 주류의 금기를 깨려는 그의 도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경필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소장파' '쇄신' '남원정(남원정·원희룡·정병국)' '통합' '경제민주화' 이런 말들인데요. 사실 이런 표현들이 그럴듯하게 들릴진 모르지만 당선인에겐 아픔이기도 했습니다. 보수색을 띤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주류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비주류'는 남 당선인을 떠올리게 하는 또다른 단어기도 합니다.

제가 1년 반쯤 전에 국회 취재를 시작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봐 왔던 모습도 비슷했습니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언변, 권위적이지 않은 성품에 좋아하는 동료의원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존재감이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5선이 되기 까지 눈에 띄는 당직을 맡았던 적이 거의 없었구요, 선수에 비해 젊은 나이도 이런 평가의 배경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 1998년 3월 정치에 입문해 그해 7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아버지 지역구였던 수원 팔달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연달아 5선까지 했는데 아직도 49세로 40대입니다. 여권 내에서 기득권 층에 안주하기 보다 혁신과 비판을 주도했던 것도 비주류로 남는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밖에서 볼 때는 할말을 하는 정치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당내 주도 세력이 보기에는 책임질 일이 없으니 말을 가볍게 한다는 지적을 받기 딱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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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뉴스1) 김영진 기자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하남 덕풍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5.


그런 그가 인구 1200만명이 넘는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를 책임지게 됐으니 책임을 져도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당연히 그가 지금까지 가져온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선거를 열흘가량 앞둔 지난달 26일 남후보를 인터뷰하고 나서는 기대가 좀 더 커졌습니다. 남 당선인은 그동안 가져온 정치적 가치들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언급한 '따복마을' 공약은 공동체 복원을 위한 것이었구요, 통합을 위해서 야당 인사를 정무부지사 등 주요 보직에 임명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는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를 꼽았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단체장이 할 수 있는 권한내에서 대기업의 반칙을 막고 골목상권을 지킬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누구 인터뷰인지 이름을 가리고 내보냈다면 '십중 팔구' 야당 후보로 생각했을 겁니다.

이렇듯 남 당선인은 여권의 성공한 정치인, 주류 정치인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입니다. 그가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고, 새로운 도지사,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경기도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한번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와 다른 기득권을 완전히 배격한 사람들과 세력들이 가까운 시기에 대한민국 정치를 끌고 갈 것"이라고 하면서 "그걸 끌고 가는 리더 중 한명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편지가 너무 장미빛이라구요? 아닙니다. 모든 것은 도지사로서 성공한 뒤의 일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라는 얘기이기도 하죠. 선거부터도 그랬습니다. 앞서 있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접전으로 바뀌었고 실제 투표에서도 막판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출구조사에서는 오히려 상대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4년간 도정도 선거 만큼이나 험난할 것입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아니 새로운 주류의 탄생, 남경필의 도전은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입니다.

진상현 기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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