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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광역단체장 당선자에게 듣는다]광주시 윤장현 “세계수영대회, 광주를 살릴 수 있는지 다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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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는 9일 “광주에서 열리는 2019 세계수영대회가 광주를 살릴 수 있는 일인지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자신을 ‘전략공천’해준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본인의 삶을 온전하게 헌신하고 (국민들의) 도구로 쓰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는 선거를 통해 정치인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선거 기간 3주 연속 주말에 광주를 찾았을 정도로 윤 당선자를 당선시키는 데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수년째 파행되는 것에 대해 “다음 세대들을 5월의 굴레에 가둬둬선 안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킨 윤 당선자를 인수위 사무실이 마련된 광주도시공사 14층에서 만났다. 업무 준비로 정리가 한창인 사무실은 어수선했지만 윤 당선자의 말은 차분했다. 다음은 윤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토목·일회성 행사 지양… 생명 존중 시정 펼칠 것

대선 때 인연맺은 안철수, 6·4선거로 정치인 변신


- 첫 시민시장을 내세웠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오전에 강운태 시장을 찾아갔더니 ‘친구’라며 반갑게 맞아주시더라. 선거 과정에서 지역 민심이 갈라져 있는 것을 (봤는데) 온전히 다 안을 수는 없겠지만 품고 가겠다. 광주시민들이 역사적인 선택을 한 참여의 에너지도 살리겠다.”

- 관료주의를 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변화는 이기고 극복해야 할 일이다. 관료주의가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다른 밥상을 원한다. 시장은 음식점으로 말하면 주방장이다. 예산과 인력으로 ‘무슨 요리를 드시고 싶으냐’고 시민들에게 여쭙고 요리해야 한다. 토목건축이나 일회성 행사 중심에서 인간과 생명 존중으로 바꾸겠다.”

- ‘광주의 박원순’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나.

“수직적 리더십에서 공감하고 민생에 귀를 기울이는 박 시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광주는 서울과 다른 공동체의 가치가 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살아있는 민심이 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미 그런 경험을 했다. ‘광주의 윤장현’이 될 것이다.”

- 내년에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치르고 2019년 수영대회도 개최해야 한다.

“그동안 현 강운태 시장이 설명했던 이 대회들로 얻을 수 있는 수치가 맞는지 인수위 차원에서 따져볼 것이다.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흑자대회라고 하는데 흑자의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잣대가 다를 수 있다.”

- 수영대회 등은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국제적인 신의나 이런 것 때문에 일단은 존중하겠다. 하지만 정말 결정적인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겠다. 수영대회 유치 과정에서 광주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유니버시아드대회도 메인 스폰서에 어려움이 있다.”

- 아시아문화전당 운영 형태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아시아문화전당 법인화는 향후 안정된 예산 확보를 담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철회하고 원래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 문화전당 개관과 함께 광주 도심을 문화 생산과 소비의 산실로 조성하겠다.”

- 전남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그동안 전임자들이 광주와 전남에 중세 제후국가처럼 국경선을 그어놨다. 협력해서 상생할 수 있었는데 너무 방치했다. 생태·문화·관광 등은 함께 가야 한다. 상생을 통해 규모의 경제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접한 중국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도 함께하겠다.”

- 안철수 대표와의 인연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 지난해 12월 안 대표가 ‘국가의 좋은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도와달라’고 해서 김포공항 주차장 차 안에서 만났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바라봐서 껴안아주면서 ‘같이 가보게요(해봅시다)’ 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동종 업계(의사)여서 ‘안 원장’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안 대표’라고 부른다.”

- 안 대표가 전략공천을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4월 초에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이 지지선언한 뒤 비판이 커지고 광주가 갈라지는 모습을 보여서 나 혼자 기자회견을 결정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들이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며 사흘 동안 말도 않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만큼 제가 아팠다. 전략공천이 결정될 때까지 안 대표에게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기자들 연락 받고서야 알았다. 최근에도 전화 통화한 것은 10번도 안된다.”

- ‘정권교체론’을 내세워 지방선거를 정치권 선거로 변질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을 일정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뿐만 아니라 호남민들은 늘 선거에서 ‘정권교체’라는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다. 이번에는 공천 과정의 문제를 상대 후보 측에서 원칙이 아닌 것으로 이야기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

- 윤장현이 본 안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본인의 삶을 온전하게 헌신을 통해서, 자기가 도구로 쓰이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진정성이 있다. 본인이 설정한 새로운 정치의 가치나 원칙을 구현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정파적 이해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본인 스스로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과정들을 이제는 긴 호흡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선거를 통해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로 5월마다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저는 원칙의 문제는 포기하지 않고 가되 그것에만 얽매여서 5월의 가치나 행사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 하나 얻으려고 하면서 다른 가치 있는 일들을 못하고 가는 것은 아닌지 올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나 역사의 의미들은 현재나 미래의 변화 속에서 재창조해야 한다. 다음 세대들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5월(5·18민주화운동)을 넘어서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까지 DJ와 5월의 굴레에 가둬놔서는 안된다. 민감한 문제여도 광주는 이제 그런 논의의 장이 필요한 때다.”

■ 광주시 인수위, 학계·NGO·노동계 등 25명

‘원로자문회의·쓴소리위원회’ 별도로 운영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는 9일 ‘민선 6기 광주시 인수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희망광주 준비위원회’라는 이름표를 단 인수위원회는 ‘시민에 의한 사람중심, 생명도시 광주’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윤 당선자는 “시정 인수도 중요하지만 일을 통해 소통하고 토론하는 ‘거버넌스’ 모델로 인수위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소통’을 중심으로 한 인수위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윤 당선자는 또 “각계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인수위와는 별도로 원로자문회의와 쓴소리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자는 “강운태 현 시장을 만나 현안에 대해 연속성을 갖고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7월과 8월 각 부처에서 기획재정부로 예산이 올라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강 시장에게 자문하고 유관 부처와 함께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5개 분과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인수위는 윤 당선자의 공약이나 정책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이 참여했다. 특히 선거 캠프 관계자들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전문가, 학계, NGO, 노동, 정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인수위원장으로 선임된 송인성 전남대 명예교수는 “귀는 크게 열고, 입은 과묵하게, 인수위 내부적으로는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모든 과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면서 “당선자가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여기까지가 해야 할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기획·총괄·안전 분과장인 이병록 전 광주행정부시장은 현 강운태 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냈다. 문화·관광·체육 분과장에는 김하림 조선대 교수, 환경·복지·여성 분과장은 김선호 전 광주시교육의원, 경제·산업·도시재생 분과장은 정형식 조선대 교수, 시민·소통·참여 분과장은 류한호 광주대 교수가 맡았다.


<광주 |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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