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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줌인]박원순, 아무도 가지않는 길에서 '큰 꿈'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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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득표로 민선 서울시장 재선

기존 정치인과 다른 행보.. 대중적 인기 얻어

민선 2기 시정 돌입.. 차기 대선 유력한 후보 부상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박원순(58) 서울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3일간 휴가를 냈다. 선거운동을 했던 참모진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박 시장의 행보는 이내 들통이 났다. 그가 수행비서 없이 부인과 함께 지난 6일 저녁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현장인 진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을 남몰래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한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박 시장과 다른 지자체장 당선인들의 행보를 비교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박 시장의 재선 성공으로 그에 대한 관심은 이미 서울시를 벗어나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박 시장의 다음 목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는 자천타천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서도 박 시장을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야당 후보로 꼽고 있다.

박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힘으로 275만표를 끌어모았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안철수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 승리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은 배낭을 매고 25개 자치구를 발로 뛰며 선거운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SNS를 통한 특유의 소통능력과 친화력이 빛을 발했다. 선거운동원 대다수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박 시장의 인기가 단순히 서울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박 시장이 불과 3년여 만에 국회의원 등을 거치지 않고 단숨에 대중 정치인으로 부상한 이유는 그가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며 개발 위주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대규모 토목공사나 개발보다는 도심 재생 등에 방점을 찍었고 시스템 변화에 주력했다.

비판도 거셌지만 박 시장은 초지일관했다. 가시적인 업적보다 내부적인 혁신을 추구했다. 서울시 행정 정보공개 수준은 전국의 지자체와 정부부처의 수준을 뛰어넘었고, 주민참여 예산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시정 참여 기회도 확대했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을 막아내고 심야버스 운행 등 시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에 힘을 쏟았다. 여기에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모습은 ‘소통의 달인’이란 이미지까지 부각시켰다.

또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무상급식 외에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자제하면서 보수층의 신뢰도 얻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보수를 자처하지 않은 후보의 득표율이 40%까지 달한 것은 박 시장이 유일하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2017년 대선 출마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따라서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겪어야할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셈이 된다. 야권 내에서도 정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민선 6기 서울시정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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