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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정당투표 사라졌다"…충북 여도 야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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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인물보고 교차 선택 '변덕'…'깃발 잘 꽂으면 당선' 옛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무조건 정당만 보고 투표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정당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을 보고 선택한 선거였습니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나흘이 된 8일에도 충북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복잡한 표심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정당이라도 후보에 따라 당락이 갈리면서 전례 없이 정당의 존재감이 묻혀 버린 선거 결과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선거 결과다. 충북지사 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가 승리했지만 초대 통합 청주시장에는 새누리당 이승훈 후보가 당선됐다.

충북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주의 표심은 충북지사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이 때문에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당선인의 소속 정당이 갈린 이번 선거 결과는 이변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주시장과 충북지사 당선인의 소속 정당을 달리 한 것은 1998년 새천년민주당 나기정 시장과 자민련 이원종 지사 체제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 청주시장 당선인의 지지표가 같은 당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에게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을 청주시장으로 선택한 청주 유권자들은 도의원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들을 더 많이 선택했다. 11곳 가운데 야당이 승리한 곳은 6곳이었던 반면 여당은 5곳에 그쳤다.

그러나 청주시의원 선거에서는 또 다른 투표 행태를 보였다. 여당이 18곳을 얻어 15곳을 차지한 데 그친 야당을 이겼다.

청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투표 행태를 보인 것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제천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이근규 후보가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켰지만 도의원 2석은 모두 여당 후보가 차지했다.

진천에서도 새정치연합 유영훈 군수 후보가 초접전 끝에 3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도의원 2석은 모두 여당에게 내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가가 있어 어느 곳보다 여당 지지층이 두터운 곳으로 평가된 옥천의 경우 군수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김영만 후보가 승리했지만 이 지역 유권자 절반이 넘는 50.08%가 지사 선거에서는 야당인 이시종 후보를 선택했다.

청주시의원 마선거구에서는 새정치연합 가번 기호를 받은 후보는 낙선한 반면 나번 기호를 받은 육미선 후보는 이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를 하며 당당하게 시의회에 재입성했다.

이런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정당만 보고 표를 몰아주던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정당과 관계없이 후보들의 됨됨이를 꼼꼼히 평가해 선택하면서, 외견상으로는 일관성 없어 보이는 '갈지자'의 변덕을 부린 것처럼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전 지방선거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어서 여도 야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간명한 분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1995년에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만 보고 투표해왔던 것이 관행"이라며 "'세트 메뉴' 고르듯 하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지지하는 정당에 무조건 표를 몰아주던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며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후보를 공천하면 철저하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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