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집무실에 김정은 사진 … 김관진 또 구원등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보실장 임명 … 세 번째 투입

"적장 생각 읽기 위해선 얼굴 봐야"

휴일도 출근 "내가 놀면 북 딴생각"

연평도 도발 땐 김태영 국방 후임

작년엔 김병관 후보 사퇴로 유임

김관진(65)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평소 언행을 북한에 맞춰놓은 걸로 유명하다. 2005년 4월 휴전선 이남 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3군사령관 부임 직후부터 국방부 장관 시절까지 집무실에 늘 북한군 책임자들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3군사령관 시절엔 당시 북한 2군단장이던 김격식의 사진을,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집무실에 김정일·장성택·김영춘(당시 총참모장)의 사진을 걸어놓고 매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사진이 집무실에 걸려 있다.

“적장(敵將)의 생각을 읽기 위해선 항상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북한은 내가 뭘 하는지 다 안다. 내가 놀면 북한 지휘부가 딴 생각을 할 수 있다”면서 토요일도 쉬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겐 ‘레이저 김’이란 별명이 붙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 눈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고 해서 후배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런 그가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다. 세월호 참사와 김장수 전 안보실장의 돌연한 교체가 그의 진로를 또 바꿔놓았다. 그로선 세 번째 구원 등판이다. 당초 청와대는 김 전 실장 후임으로 이상희 전 국방장관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고사했고, 그 외 몇몇 거론된 인사들도 본인이 고사하거나 지역 안배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김 실장 역시 처음엔 고사했지만 결국 “청와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세 차례의 구원 등판 모두 예기치 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첫 번째 등판은 2010년 12월 연평도 포격전 직후였다. 포격전 직후 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육사 1년 후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교체됐다. 합참의장을 마치고 2년9개월 이상 예비역 대장으로 야인생활을 하던 그를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예기치 않았던 인선이었다. 장관 시절 그는 강경한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현장 지휘관이 대응하라”거나 “북한이 도발할 경우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초토화시키라”고 독려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재야로 돌아가는 것으로 진로가 정해졌다. 후임은 육사 동기생인 김병관 후보자였다. 하지만 또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직후 낙마하면서 장관에 유임돼 42개월째 장관직을 수행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이래 최장수 국방장관이란 기록을 남겼다. 역대 최장수 장관은 1960년대 김성은 장관의 60개월이다.

김 실장의 발탁은 박근혜 정부 초기의 안보 위기 속에 강경한 대북 대응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게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장관회의나 국무회의 때 김 장관의 목소리가 비중이 있었다”며 “군 주요 행사에 대통령이 꼬박 참석한 것도 김 장관을 신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문제,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방장관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의 전격 경질로 안보공백 우려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는 세 번째 구원 투수가 됐다. 국방부 일각에선 “9회 말 2사 후 만루 위기에 등판해 불을 끈 뒤 코치로 승진한 것과 같다”는 비유가 나온다.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회의)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대규모 경제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예전의 강경 기조와는 다른 뉘앙스다. “그때 이미 청와대로부터 국가안보실장 내정을 통보받고 변신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일 인선 발표 후 그는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전북 전주 ▶서울고·육사(28기) ▶합참 작전본부장 ▶육군 3군사령관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부인 김연수씨와 3녀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정용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nkys/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