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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北 포격 원점 파악 못한 軍, 대북 감시망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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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AN/TPQ-36 대포병레이더.


지난 22일 오후 6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일대를 초계중인 우리측 함정에 2발의 포탄을 발사한 직후 우리 군은 북한의 포격 원점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격 직후인 23일에도 군 당국은 북한의 포격 원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파악이 잘 안됐다”고 답했다.

그나마 포격 원점을 파악할 능력을 갖춘 ‘아서’ 대포병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적이 포격을 할 경우 원점을 자동 추적하는 아서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기존의 대포병레이더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자 대당 120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하지만 이번 포격 도발에서 아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6시간 이상 계속 가동하면 과부하가 걸려 상시 감시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3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김 대변인도 “24시간 운영 가능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전 상황과 레이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24시간 내내 운영하기에는 제한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대포병레이더는 발사한 야포의 각도에 따라 탐지 여부가 결정된다”며 “낮은 각도로 사격하면 탐지가 제한돼 북한 해안포도 상황에 따라 감지할 수 있고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가동이 어려운 대포병레이더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다른 정찰 수단을 동원해 북한 해안포의 움직임을 감시해 유사시 레이더 부대에 연락하는 종합적인 정보수집전달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서북도서에서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와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지지 않아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서북도서 감시능력 강화를 위해 240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전술비행선 개발은 4년째 답보상태다.

사업계획대로라면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비행선은 지난해 8월 실전배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백령도에서 시험 가동에 나선 비행선 2대가 잇달아 파손되거나 추락했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전술비행선은 원래 미국 남부 해안지역 혹은 사막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서북도서 지역은 환경이 다르다”며 “서북도서는 바람도 강하고 기온차도 커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무인기를 동원해 서북도서 일대의 군사시설을 정찰해왔다. 지난 3월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소형무인기에는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촬영한 사진이 다수 발견돼 북한이 지속적으로 정찰활동을 해왔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했다.

북한군이 최근 서해 NLL 일대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에 통신을 보내 “뒤로 철수하라. 철수하지 않으면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감시정찰 능력 보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서북도서에는 대포병레이더 외에도 감시 장비들이 여러 종류 배치되어 있다”며 “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감시정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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