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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5·24조치 4년, 태도변화 없는 北…정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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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해제 '명분' 찾기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취해진 우리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가 24일로 시행된 지 만 4년이 된다.

2010년 5월 24일 선포된 5·24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의 단절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남북교역과 대북투자가 중단된 가운데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이 전면 금지됐고 우리 국민의 방북도 원칙적으로 불허됐다.

2010년 한 해 6천211명(개성공단 방북인원 제외)에 달했던 방북 인원은 올해의 경우 지난달까지 24명에 그칠 정도로 남북 인적교류는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다.

5·24조치의 성과를 놓고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는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남북관계 경색만 가져왔을 뿐 대북 압박 효과는 적었다는 평가가 혼재한다.

북한에 들어가는 돈줄을 어느 정도 끊은 효과가 있었지만 많은 남북경협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지는 등 남측에도 피해가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는 현 단계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5·24조치의 완화와 해제 가능성을 놓고 출구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해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본격 가동의 해로 규정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독일 드레스덴에서 ▲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 북한 민생 인프라 구축 ▲ 남북 주민 동질성 회복의 3대 대북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결국에는 5·24조치의 단계적 완화 또는 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최소한의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5·24 조치의 완화나 해제를 검토하기 위한 '명분'을 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여전히 남측의 '모략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다 5·24조치 이후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3차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꼬여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연초 잠시 유화적 태도를 보였을 뿐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자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5·24조치의 완화나 해제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5·24조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무인기 사건처럼 악재가 계속 더해지는 상황에서 몸을 돌릴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6·4지방선거 이후부터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까지 이어지는 '기회의 창'을 활용, 북한과 천안함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보면 5·24조치를 무조건 해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남북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지난 시기 해결되지 못한 남북 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정리하면서 5·24조치도 같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핵심 상수는 북핵문제이고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5·24조치의 운명 또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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