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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북한 소행, 비행조종컴퓨터 자료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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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지난 3~4월 추락한채 발견된 소형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한 것을 확인한 결정적 증거는 비행조종컴퓨터의 플래시 메모리에서 추출한 비행계획 파일이었다.

지난달 11일 국방부의 무인기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정황 증거만 제시됐지만 8일 최종 조사결과에서는 무인기를 침투시킨 주체가 북한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됐다.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은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경로 분석을 통해 3대 모두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북한임을 확인했다.

▲플래시 메모리, 발진-귀환 지점 동일 입력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의 플래시 메모리에서는 위도, 경도, 고도, 임무모드 등 16개 항로점 자료가 들어있었다. 개성 북서쪽 5km 지점에서 발진한 무인기는 파주-서울을 거쳐 고양 지역을 지나 발진지점으로 복귀하도록 임무명령이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행하는 동안 고도가 2km에서 계속 떨어졌다. 비행고도가 떨어지면서 사전에 입력된 비상 절차에 따라 낙하산이 펼쳐져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삼척 무인기도 북한 평강 동쪽 17km 지점에서 발진해 화천-춘천-사내-근남 등을 거쳐 복귀하도록 설정됐다. 하지만 춘천 지역에서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한채 그대로 남서쪽으로 비행하다 추락했다.

무인기 조사를 맡은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기(UAV) 개발단장은 “방향조종기능을 상실하면서 돌아가지 못한채 비행하다 연료부족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도 해주 남동쪽 27km 지점에서 이륙해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 상공을 비행하고 복귀하도록 입력됐다. 시속 98km 정도로 비행하던 이 무인기는 연료부족으로 백령도 인근에서 추락했다.

▲ 휴전선 인근서 이륙…전술적 목적 뚜렷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는 모두 휴전선 인근에서 발진했다.

파주 무인기는 개성 인근, 삼척 무인기는 평강, 백령도 무인기는 해주에서 이륙해 정찰활동을 펼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엔지니어는 “이번에 추락한 소형무인기는 제트엔진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는 터보프롭 엔진이라 빠르게 상승하지 못하며 이륙 거리도 길다”며 “따라서 휴전선 인근에서 이륙해 선회하며 올라가 양력을 얻은 뒤 비행하는 방법을 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방법은 바람의 영향을 덜 받으며, 항속거리가 짧아질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에 휴전선 이남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추락 원인으로 지목된 연료부족과 관련해 “서북도서는 해풍이 심한 곳”이라며 “해풍을 이겨내면서 비행을 하다보니 연료를 당초 계산보다 많이 소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 침투 목적에 대해 “최신 데이터를 입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군사전문가는 “구글 어스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실시간이 아니므로 군사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인기를 통해 군사시설, 도로 등의 변화를 파악해 유사시 작전계획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카메라 등을 제외한 후 살상용 폭약을 설치해 공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 개발단장은 “카메라 등을 제거하고 연료를 편도 비행분만 탑재해도 3~4kg 정도의 폭약만 실을 수 있다”며 “이 정도면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1~2m 이내여야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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