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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돈에 사람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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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때 장연상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다. 다스리는 일에 능하고 청렴함을 인정받아 하남 부윤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하루는 이 사람에게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중대한 비리 사건이었는데 파헤쳐 보니 전직관리, 지방유지, 황제의 친척까지 연루돼 있었다.

백성들의 원성은 자자해도 사건이 사건인지라 눈치만 보며 감히 사건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연상은 과연 하남 부윤에 오를 만한 사람이었다.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부하들에게 관련된 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조리 잡아들일 것을 명했다.

부하들은 자신들의 신상에 해가 될까 한사코 만류했다. 장연상은 더욱 매섭게 주위를 다잡았다. 다음 날 장연상이 제 자리로 가보니 책상 위에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내용의 쪽지와 곁들여 돈 삼만관이 놓여 있었다.

장연상은 화를 내며 쪽지와 돈 뭉치를 걷어냈다.

이튿날에는 같은 내용의 쪽지와 돈 5만관이 책상에 놓여있었다. 이번에는 어지간한 장연상도 크게 화를 냈다. 그 다음날에는 10만관이 장연상의 책상에 올려 있었다.

그 뒤부터 사건은 흐지부지 돼 버렸다.

평소 장연상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는 부하들은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장연상의 대답은 이러했다. "10만관은 무릇 귀신도 부릴 수 있을 만한 액수다. 거절했다가는 자칫 큰 화를 입게 될까봐 두렵다" 이른바 '돈은 귀신도 부린다'(錢可通神)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 연유다.

이렇듯 강력한 힘을 가진 돈을 정치인들이 손쉽게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을 꾀는데 사용할 때 선거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된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는 우선 주는 사람도 없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줘도 받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식 또한 중요하다.

근래에는 올바른 정치를 위해 금권선거를 근절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으며, 선관위에서도 금품에 의해 선거가 얼룩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0배 과태료제도와 최고 5억의 포상금제도 및 예방·단속활동 등을 통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을 때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선거범죄이고, 쌍방의 합의가 없더라도 이는 은밀하게 이뤄지고 철저히 은폐되기 마련이다.

자신이 정치인 이전에 바로 유권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과 유권자 본연의 권리와 의무를 망각한 일부 유권자들로 인해 정치는 혼탁해지고 이는 선거구민에게 독으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올해 중요한 선거가 치러진다. 바로 6월 4일에 실시하는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에는 유권자의 투표편의를 위해 오는 30~31일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됐으니 활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입맛에 딱 맞는 후보자가 없더라도 정책·공약 등을 평가해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자를 선택하자.

돈 몇 푼에 소중한 한 표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돈이 귀신은 부릴지언정 사람이 휘둘려서는 안된다.

/김동회 청원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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