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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기초연금 백기 든 새정치 ‘관제 야당’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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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가 상임위 정족수 채우며 ‘여당 거수기’로 전락

선거 의식 하루 만에 강행… 진영 전 복지장관은 ‘반대’

정부·여당의 기초연금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여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 출범 이후 14개월간 공약 파기를 비판해오다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당내 반발로 보름 동안 의원총회를 거듭하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당 지도부가 보건복지위원회 정족수를 직접 채우는 ‘여당 2중대’ 모습까지 보였다. ‘복지 포기’라는 당 안팎의 반발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향신문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초연금법 처리를 앞두고 자리로 찾아온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오른쪽)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왼쪽에서 두번째)의 얘기를 들으며 피곤한 듯 눈을 만지고 있다. 맨 왼쪽은 새정치연합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뒤쪽은 박병석 국회 부의장.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여당 거수기’ 전락한 야당 지도부

이날 종일 진통을 거듭하던 기초연금법안은 밤 10시25분쯤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후 새누리당 2명, 새정치연합 2명, 정의당·통합진보당 각 1명 등 의원들의 릴레이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정부·여당안은 복지위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 불참 속에 처리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안”이라며 “하루 만에 법안을 전격 상정해서 이 늦은 밤에 다루게 된 것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밤 11시를 넘어서자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들어갔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에 반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퇴한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이날 오후 기초연금법안을 의결하기 위해 급히 열린 복지위 전체회의엔 새정치연합 소속 오제세 위원장을 제외하고 야당에선 안철수 공동대표와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만 모습을 보였다. 여야 간사 합의 없이 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개최한 데 대해 이 의원은 “군사 쿠데타하듯 법안을 처리한다”며 반발한 뒤 퇴장했다. 야당석에 안 대표 홀로 남게 되자 복지위원인 양승조 최고위원이 급하게 투입됐다. 야당 대표와 최고위원 두 사람이 나서 정족수를 채운 것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합의하기 편하도록 형식까지 맞춰주는 당 지도부는 여당의 거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열린 법제사법위에서도 간사인 이춘석 의원을 제외한 새정치연합 위원들이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은 법을 심사할 수 없다”며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의결됐다.

■ 야당 지도부 왜 처리에 매달렸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6·4 지방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해 노년층 반감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연금 문제를 대표적인 민생 이슈로 규정한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초연금법 해법 찾기’를 여당에 제안했다.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4개월 넘게 끌어왔다. 발목 잡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초연금법 원칙을 훼손하고 복지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거세 향후 심각한 내분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강경 의원들의 반발로 리더십이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이날 정부안 처리에 반대한 정의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금제도 파탄내는 야합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연금제도 개악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책임회피와 자기면죄부 주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게 새정치냐”고 비판했다.

▲ 기초연금법안 정부안부터 절충안까지

정부안=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법안. 복지위 계류 상태.

새정치민주연합안=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 당론으로 결정한 방안.

정부·여당 절충안=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 이하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수급액 3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게는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여야 원내대표 가(假)합의안.

복지위안=정부·여당 절충안 내용을 기존 복지위에 계류 중인 ‘정부안’ 형식에 합쳐 위원회 대안으로 만든 법률안.


<심혜리·정환보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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