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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기초연금 백기 든 새정치 ‘관제 야당’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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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가 상임위 정족수 채우며 ‘여당 거수기’로 전락

지방선거 의식… 하루 만에 복지위·법사위·본회의 강행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기초연금법안 처리를 놓고 진통과 혼란을 거듭했다. 사실상 정부·여당 절충안을 처리하려는 지도부는 보건복지위의 정족수를 직접 채우는 ‘여당 2중대’ 모습까지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초연금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과 ‘상임위 심사 후 상정’ 방안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난맥상도 보였다. ‘복지 포기’라는 당내 반발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향신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왼쪽)가 2일 기초연금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자리로 찾아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 ‘여당 거수기’ 전락한 야당 지도부

기초연금법안을 의결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복지위 전체회의엔 새정치연합 소속 오제세 위원장을 제외하고 야당에선 안철수 대표와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만 모습을 보였다. 여야 간사 합의 없이 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개최한 데 대해 이 의원은 “군사 쿠데타하듯 법안을 처리한다”며 반발하고 퇴장했다. 야당석에 안 대표 홀로 남게 되자 복지위원인 양승조 최고위원이 급하게 투입됐다. 야당 대표와 최고위원 두 사람이 나서서 정족수를 채운 것이다. 법안은 표결에 부쳐져 새누리당 11명 찬성 대 야당 3명 반대로 의결됐다. 복지위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합의하기 편하도록 형식까지 맞춰주는 당 지도부는 여당의 거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도부는 법안을 복지위를 거쳐 법사위와 본회의에 올리려고 했으나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반발했다. 이목희 의원은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합법적 방해인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시도했다.

지도부는 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한때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본회의 직행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한 선례가 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다시 오제세 복지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열었다. 복지위 소속 김용익 의원은 “야당이 여당 법안을 위해 하루 동안에 복지위, 법사위, 본회의까지 통과시켜주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며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표결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의원이 151명(과반) 이상 본회의장에 유지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전원대기령을 내렸다.

■ 야당 지도부 왜 처리에 매달리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때문이다. 지방선거 전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해 노년층 반감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연금 문제를 대표적인 민생 이슈로 규정한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초연금법 해법 찾기’를 여당에 제안했다.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4개월 넘게 끌어왔다. 발목 잡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초연금법 원칙을 훼손하고 복지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거세 향후 심각한 내분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강경 의원들의 반발로 리더십이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이날 정부안 처리에 반대한 정의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금제도 파탄내는 야합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공적연금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연금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야당은 무엇을 얻고자 여당의 개악안에 타협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기초연금법안 정부안부터 절충안까지

정부안=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법안. 복지위 계류 상태.

새정치민주연합안=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 당론으로 결정한 방안.

정부·여당 절충안=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 이하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수급액 3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게는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여야 원내대표 가(假)합의안.

복지위안=정부·여당 절충안 내용을 기존 복지위에 계류 중인 ‘정부안’ 형식에 합쳐 위원회 대안으로 만든 법률안.


<심혜리·구교형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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