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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미 '냉전 명품' U-2기 퇴역 위기…예산 삭감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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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착륙하는 U-2 (평택=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U-2 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2013.4.3 doobigi@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의 고공정찰기 U-2가 국방예산 감축으로 거의 60년 만에 퇴역할 운명을 맞게 됐다고 A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공군은 U-2기 32대를 점차적으로 퇴역시키고 무인기인 '글로벌 호크'로 대체하기를 원하고 있다. 글로벌 호크가 U-2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굳이 두 기종 모두 운용할 필요성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앤거스 킹 상원의원(무소속·메인주)과 하워드 맥키언 하원 군사위원장 등 의회 일각에서는 공군의 이런 계획에 대해 반론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의회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탠 것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예산상의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U-2기가 적어도 현재로서는 글로벌 호크기가 제공할 수 없는 일부 고유 능력을 대신하고 있으며, U-2기 퇴역은 주한미군의 징후 포착에 매우 중요한 정보상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어 U-2기가 "북한 전역을 정찰할 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주한미군 사령관에게는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고 맥키언 위원장은 전했다.

맥키언은 자신 역시 휴전선 인근 서울 인구가 급증하고 수백만 명의 시민이 "북한군의 포 사정권 내에 노출돼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U-2기 운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공군 측은 내년도 U-2기 운용 예산을 5억9천800만 달러(약 6천210억원)로 편성하는 한편 이 기종을 점진적으로 퇴역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호크기 대신 U-2기를 유지하겠다는 2012년의 계획을 뒤집는 것이다.

공군 측은 또 오는 2023년까지 글로벌 호크기에 센서를 추가로 장착하고 다른 장비도 개량하는 등 현대화 작업에 17억7천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공군과 보조를 맞췄다. 로버트 헤일 국방부 예산 감사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호크 블록 30형((RQ-4)의 운용비가 내려갔다"면서 "(U-2기와 글로벌 호크 간의 싸움은) 늘 아슬아슬한 싸움이었지만, 이제 글로벌 호크로 귀착된 마당에 U-2기를 점차 퇴역시키겠다"고 밝혔다.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U-2기는 냉전 당시 미국과 당시 소련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탄생했다. '사나운 여성'(Dragon Lady)이라는 별명이 붙은 U-2기는 소련의 군사시설 등에 대한 정찰을 필요로 하는 중앙정보국(CIA)의 특별 주문으로 개발돼 1955년부터 실전 배치된 것으로, 2만1천300m의 고공에서 고성능 카메라로 이상물체를 촬영할 수 있다.

신호, 영상, 전자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U-2기는 지상의 차량 번호판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며, 엔진을 끈 채 활공 비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U-2기가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끈 첫 계기는 1960년 소련에서 발생한 격추사건이다. CIA 소속 프랜시스 개리 파워스가 몰던 U-2기가 소련의 방공망에 걸려 소련군이 발사한 S-75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이 사건으로 미-소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됐다.

당시 CIA 국장이던 앨런 덜레스도 1960년 5월 28일자 메모에서 이 격추사건 이전에도 미국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느낌이 강하다고 고백했다. 덜레스는 그러나 U-2기가 소련의 폭격기, 방공망, 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시설 등에 대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U-2기는 또 1962년 소련이 중미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기지를 설치 중이라는 중요한 전략정보를 촬영하는 데 성공해 핵전의 위험을 저지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U-2기에 대해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한 크리스 포콕은 U-2기가 "냉전시대 전사"로 여전히 인식되지만, 기체를 새로 바꾸고 장비를 현대화하면 전혀 다른 항공기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U-2는 후신인 SR71기보다 오래 버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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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U-2 정찰기 (평택=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오산 미공군기지 상공에 U-2 고고도 정찰기가 비행하고 있다. 2013.4.1 ha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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