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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신동립 잡기노트]운석 떨어지기로소니 하늘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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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21>

우주를 떠도는 잡석들 가운데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것이 ‘행성 간 먼지’다. 그보다 굵고 버스보다 작으면 유성체, 버스보다 크면 소행성이다. 혜성은 이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지구 대기권으로 내처 들어와 긴 꼬리를 그리며 추락하는 유성체는 유성 또는 별똥별이라고 한다.

유성체가 지구에 착지하면 그때부터 이름이 운석으로 바뀐다. 유성은 대개 여러 개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평균치보다 밝게 빛나는 유성이 천문학자의 눈에 띄면 파이어볼, 지질학자의 눈에 띄면 볼라이드가 된다. 우주생물학자 크리스 임피에 따르면, 우주쓰레기의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띠에서 온 것들이다. 숱한 바위와 돌들이 다른 행성들처럼 공전하고 있는 곳이다. 수시로 자기들끼리 충돌하거나 중력을 행사해 궤도를 이탈한다.

임피는 “이렇게 벨트를 빠져나온 소행성이 궤도 안쪽으로 들어오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혜성이나 혜성의 파편이 지구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다. 소행성은 초속 10~20㎞로 지구에 떨어진다. 혜성은 초속 50㎞(시속 18만㎞)라는 천문학적인 스피드로 날아오는 탓에 충격 또한 엄청나게 마련이다.

행성 간 먼지는 매일 수백t씩 지구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아주 작은 알갱이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우주 비듬’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면 인류 멸종위기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진작 지구는 거대한 천체와 충돌, 거의 파괴됐었다. 그 충돌의 잔해가 바로 달이다.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사람이 없는 달에는 지금도 몇백만년 간 천체와 충돌해 생긴 모든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끊임없는 침식이 과거 충돌의 흔적을 지운다. 운석 충돌이 남긴 웅덩이(크레이터)는 화산 폭발의 용암으로 완전히 뒤덮을 수 있다. 지표면의 70%는 바다이므로 크레이터가 대양에 있다면 발견하기가 더 힘들다”고 설명한다.

1시간에 하나꼴로 직경 1m짜리 바위가 대기층 꼭대기로 진입하고 있다. 다행히 대기 하층부에 도달할 때쯤이면 증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5m 안팎의 바위는 1개월에 한 개씩 떨어진다. 대기층 상부에서 폭발하면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과 비슷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름 30m에 이르는 운석은 100년에 한 차례 지구를 타격한다. 1908년 시베리아 변방 퉁구스카 상공 8㎞에서 터진 집채 만한 운석은 폭발지점 2600㎢ 내 나무 8000만 그루를 일제히 방사선 방향으로 가로누였다. TNT 900만t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200m대 운석은 10만년 주기로 지구에 재앙을 일으킨다. TNT 60억t급이다. 지구에 있는 핵폭탄을 모두 합한 것보다 강력하다. 이런 운석은 직경 8㎞ 크레이터를 남긴다. 리히터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다.

1㎞가 넘는 운석은 지구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는 200㎞나 이어진 크레이터가 있다.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에 공룡을 비롯, 당대 생물종의 절반을 없애버린 운석은 10㎞가 넘는 것으로 짐작된다.

천문학자 앨런 해리스는 “사람이 운석에 맞아 죽을 확률은 70만분의 1”이라며 안심시킨다. 물론, 돌멩이 수준의 얘기다. 어마어마하게 큰 운석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하늘로 올라간 지구의 용사들이 핵폭탄으로 박살낸다는 것은 영화식 발상이다. 파편들은 원래 소행성의 궤적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므로 방치한 것보다 더 큰 변고를 초래할 수 있다.

임피는 “우주선을 소행성에 나란히 붙여 ‘중력 견인차’로 이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소행성의 궤도가 서서히 변해 지구와 충돌을 면할 수 있다. 소행성에 반사성이 강한 물질을 뿌려서 태양의 복사압력으로 소행성을 밀어낼 수도 있다. 소행성에 제트 추진장치를 부착, 궤도를 이탈시켜도 된다”는 지구보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인류에게 운석은 손님이 아니다. 일찌감치 요한계시록은 ‘큰 지진이 나며 해가 총담같이 검어지고 온 달이 피같이 되며, 하늘의 별들이 무화과 나무가 대풍에 흔들려 선 과실이 떨어지는 것같이 땅에 떨어지며, 하늘은 종이 축이 말리는 것같이 떠나가고 각 산과 섬이 제 자리에서 옮기우매’,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강과 여러 물샘에 떨어지니 그 물들이 쓰게 됨을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더라’,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이 타서 사위고…’ 운운하며 지구종말을 예언, 겁을 줬다.

언어연구가 박대종은 “조선 성종 때(1492)에도 진주에 운석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경상도 관찰사 이극돈이 병사가 땅을 파고 찾아낸 복령(茯) 모양의 운석에 대해 조정에 보고했다. 그러나 왕은 불길하게 여겨 ‘올려 보내지 말라’고 했다. 세종대왕의 경우, 1423년 황해도 강음현의 운석을 괴이한 현상으로 간주하고 해괴제(解怪祭)를 행했다”고 전한다.

경남 진주와 전북 고창 등은 운석을 반기고 있지만, 상공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다 두렵다. 운석이든, 무인기든.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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