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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시사 할(喝)]'구닥다리 北무인기' 2천억대 레이더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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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항공 휘젓고 다녀 국민불안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분석 갈려
뾰족한 대책 없자 "레이더 도입"

【전국=뉴시스】김태겸 조명규 기자 = "부품은 구닥다리라도 기술력은 있다" vs "동호회에서 만드는 수준으로 안보 영향은 미미하다"

북한 무인기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이 상반되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분위기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무인기를 추적하기 위해 2000억원대에 달하는 레이더를 도입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가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데 이어 강릉과 서울 이문동 주택가 상공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까지 잇따르고 있다.

군 당국은 뉴시스 단독보도로 파주에서 무인기가 처음 발견됐을 때 "최소한의 비용과 재질로 만들었고 미리 프로그램된 GPS 좌표에 따라 비행하는 방식으로, 첨단 무인기와는 달리 일정 고도에서 단순 촬영하는 형태여서 영상 선명도가 많이 떨어진다"며 과소평가했다.

이후 청와대를 근접 촬영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기술을 보완하면 자폭(테러)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인기에 대해 '위험하다' '그렇지 않다'며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김대영 연구위원은 "충분히 (위협적인) 타격이 가능하다. 화학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싣고 좌표를 찍어 보내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게다가 왕복연료 일부를 빼고 그 무게만큼 폭탄을 실으면 가능하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 "저고도 레이더나 적외선 탐사 장비, 요격 시스템 등을 검토해야 한다. 국내 기술도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래도 빠르게 대비를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재촉했다.

(파주)무인항공기 조사단 관계자 역시 "이번 항공기만 하더라도 최소 500만원 이상이 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알려진 바와 달리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낡고 조잡한 부품을 썼을 뿐이지 기술력은 무시하면 안 된다. 충분히 위협적인 수준이다"며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소형 무인기의 실제적 위협은 '정찰과 자폭'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발견된 무인 항공기는 저급한 수준의 기술력으로 정찰과 탐색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찰 측면에서는 일부 무인항공기에서 발견된 렌즈와 기술력이 일반 동호회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이며 촬영된 사진 역시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무인항공기의 자폭 위험성은 탐지하기가 어려워 위협적으로 느껴질뿐이지 실질적인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발견된 무인기에 실을 수 있는 폭약은 수류탄 하나 정도이며 미사일이나 포탄같이 정확한 조준은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 이희우 소장은 "우리나라 무인항공기 기술력은 북한을 월등히 앞서고 있으며 발견된 무인 항공기로 촬영한 사진은 구글 등 일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보다 (해상도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심과 예산을 무인항공기 대비에 쏟기보단 현재 추진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 집중해야한다. (무인기에 대비해) 한반도 전 지역을 탐지, 포착하는 건 막대한 예산이 들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와대 등 주요시설에 집중해 무인항공기를 탐지하고 방어할 수 있는 대비책(탐지레이더)을 마련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인기 사태'와 관련 일단 문책보다는 대책에 중심을 두는 분위기지만 북한 무인항공기에게 청와대 상공까지 뚫린 이상 군 내부에서는 엄중한 문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북한 무인비행기가 동·서해를 제집 안방처럼 휘젓고 다니고 심지어 청와대 상공까지 뚫려 군이 '최악의 경계 실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군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까지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장난감같은 무인 항공기에 농락당한 후 나온 대책이 초정밀·저고도 레이더 도입 계획이다. 제작비용 수백만원대로 추정되는 몇 대의 소형 무인기에 수 천억원대의 막대한 국방예산을 쏟아부어 대응해야 하는 게 우리의 안보 현실이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patk21@newsis.com
mk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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