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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토요 FOCUS] 피자·책 배달도 드론으로…사막위에 뜨면 `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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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또 다른 전쟁'…전쟁터서 산업현장으로

매일경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벌인 전쟁에서 무인항공기(UAVㆍ드론)의 위력은 확실히 드러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4년간 400여 회나 드론을 이용한 작전을 승인했다. 드론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기술 발전으로 신뢰성이 높아졌고 특히 미군 사망자가 나올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의 사무실에 앉아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고 사살할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전쟁 수행 방법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드론은 '미래 전쟁의 현재형'으로 불린다. 사람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말하자면 로봇이 대신 전투를 한다는 의미에서다.

무인항공기는 조종사 없이 비행체 스스로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운행한다. 위성이나 통신을 통해 지상에서 원격 조종하거나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무인항공기는 인간의 능력으로 한계가 있거나 방사선 등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무인항공기의 미래 시장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사용 범위도 군사용에서 민간 산업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나라는 51개국에 이르며 운용 중인 무인항공기는 158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서 전투용으로 전쟁 수행

매일경제

드론이 전투에 참가한 초기에는 정찰용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가 현재 운용 중인 드론도 아직까지는 모두 정찰용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테러전을 벌이며 본격적인 공격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드론은 최근 항공모함용으로도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수준에 이르렀다. 미 해군이 개발 중인 X-47B는 항공모함에서 이착륙 훈련을 마치고 조만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항모에 착륙하는 것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도 최고난도의 기술인데 이를 무인기로 성공하자 미국 무인기 전력이 한 차원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무인기 개발전에 뛰어든 중국은 정찰기와 전투기를 무인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에어쇼에서 공개된 이룽(翼龍)은 미사일을 장착하고 5㎞ 이상의 고도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스라엘도 무인기 선진국으로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무인기 '서처'는 이스라엘의 IAI가 제작했다. 영국의 '타라니스', 독일의 '바라쿠다' 등도 대표적인 무인 전투기로 꼽힌다.

택배 등 물류혁명 주도

한 고객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30분 이내 배달 서비스'를 선택한다. 그 시간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해당 상품을 박스로 포장하자 드론이 이를 싣고 하늘을 날아 한 가정집 마당에 도착한 뒤 사뿐히 상품을 내려놓고 다시 떠난다.

아마존이 지난해 12월 드론을 활용해 최대 2.3㎏ 무게의 짐을 싣고 최대 16㎞ 떨어진 지역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시범하는 모습이다.

무인항공기가 상업용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곳이 바로 물류 배송 분야다. 무인항공기는 센서와 카메라로 물체를 감지하고 GPS 항법 비행과 자동 이착륙 등이 가능해 일찌감치 물류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물류에 무인항공기 도입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영국 피자 업체 도미노 역시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하고, 세계 최대 물류 회사인 DHL도 드론을 활용한 시범 배송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달은 법 개정 문제만 해결하면 곧바로 적용될 수준까지 도달했다.

사막 등 오지에서도 인터넷 연결

'인터넷이 전 세계를 연결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인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아직 사막이나 정글 등 극지에서는 인터넷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드론과 인공위성, 레이저빔을 활용해 사막과 같은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전지를 탑재한 무인기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오지 상공에 머물며 와이파이 공유기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무인기만 띄워놓으면 정글, 사막 등의 오지는 물론 아프리카처럼 낙후된 지역에서 손쉽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영화 촬영하고 스포츠 중계도

현재 국내에서도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달렸다고 해 '멀티콥터'라고 불리는 무인기를 지상 촬영에 사용하거나 무거운 방송용 카메라 등을 탑재해 촬영하는 '헬리캠'은 국내 방송사들이 영상을 촬영하는 기기 중 하나다.

무인항공기는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사진보다 이점이 많다.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산 지역, 지진 재난 지역 등을 보도하거나 연구하기 위한 촬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통 정체 알려주는 드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지붕이 열리면서 소형 무인 비행기가 나온다. 이 비행기는 진행 방향의 도로 막힘이나 장애물 등을 알려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동차 회사 르노가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14 뉴델리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크위드'의 모습이다. 레저용 차량인 크위드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늘로 날려 교통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보다 앞서 하늘을 나는 이 무인항공기는 도로 상황은 물론 길가에 있을지도 모를 장애물 등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다. 수동 조작은 물론 자동으로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재해 예방ㆍ대기 관측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 미국의 군사용 무인항공기 '글로벌호크'는 원전시설에 접근해 적외선 카메라로 발전소 내부를 들여다보고 각 시설의 온도를 포함한 정보를 파악했다. 이는 대책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였다.

무인항공기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산불 화재, 조난자 구조 등에 소형 무인항공기를 활용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능형 CCTV가 열과 연기를 자동으로 인식해 산불 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소방대원들에게 알리면 즉시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설 수 있는 드론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약 등 범죄자 추적도 가능

미국 시애틀 경찰당국은 2012년부터 소형 단거리 수직 이착륙 헬기를 범죄 감시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로 실종자 수색, 범죄용 차량 추적,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이 드론은 6개의 모터가 달려 있어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영상과 사진 촬영은 물론 야간 투시가 가능한 카메라도 장착돼 있다.

도주하는 범죄자를 쫓을 때 무인기를 사용하면 헬기를 띄울 때보다 비용 절감은 물론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심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홍성경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무인항공기는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며 "현재 우리에게 자동차와 같은 존재처럼 미래에는 1인 1무인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용어 설명>

▷드론(Drone) : 조종사 없이 스스로 비행할 수 있는 무인비행기. '윙윙'거리면서 날기 때문에 윙윙거리는 수벌을 의미하는 드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위성위치정보확인시스템(GPS) : 1970년대 초 미국 국방부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위성. 1984년 GPS 신호가 민간에 공개되면서 차량용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호크 : 미국이 개발한 고고도 무인 정찰기. 시속 570㎞의 속도로 20㎞ 고도에서 28시간 동안 무인 비행이 가능하다.

▷틸트로터(tilt rotor) :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가며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 헬리콥터처럼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며 비행을 하면서 프로펠러를 바꿔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

[안두원 기자 / 원호섭 기자 /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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