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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초보적 정찰기로 허찌른 北… 軍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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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겪고도 또 뒷북대응

“초보적 수준이라 말하지만 천안함 때와 다를 게 없다. 이번에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다.”

파주와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의 정찰기로 사실상 확인되면서 군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이 우리 군의 예상을 뛰어넘는 도발 수단들을 동원하는데 우리 군은 매번 뒷북을 치고 있는 데 따른 비난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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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기에 구멍 뚫린 영공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청와대는 물론 서울 상공과 수도권 지역의 국가 주요시설을,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서해 5도의 해병대 전력 동향과 주요 부대 등 군사보안시설을 다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경우) 영상 수준이 구글에서 받는 위성사진보다 해상도가 낮다”며 “일제 캐논 카메라로 1㎞ 밖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잘 나오지 않았다. 군사나 테러 목적, 정찰 수준이 아니라 일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정찰 활동이 아니라 우리 방공망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첨단 무인정찰기의 경우 지형에 따라 고도를 조정하는데,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고도를 일방적으로 설정해 지형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할 수 없는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태는 간단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은 파주 무인기가 추락했을 때만 해도 아마추어 동호회의 무인기로 보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기가 발견되고 나서야 대공 용의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인기는 1㎏ 정도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군은 1㎏이면 고폭탄은 불가능하지만 생화학 작용제를 탑재한 폭탄은 가능하다고 봤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 중 생물무기인 탄저균의 경우 인구밀도 1만4500명/㎢의 도시에 1㎏를 투하할 시 5000∼1만1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2012년 기준 1만6483명/㎢이다. 북한이 폭탄을 장착한 무인기를 날려보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 북한 정찰기 뒷북 대응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기 4개월 전인 2009년 11월 우리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충돌해 북한 군인 8명이 숨지는 ‘대청해전’이 발생했다. 2010년 1월에는 김격식 북한군 총참모장이 해주를 관할하는 4군단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김정일·정은 부자가 4군단 관할인 서해 합동화력시범에 참석해 결전 의지를 독려하는가 하면, 그해 1월 26일에는 NLL 부근에 대규모 포사격을 하기도 했다. 북한군 서해사령부에 약 8척의 잠수정이 배치된 것도 우리 정보기관은 파악하고 있었다. 주한미군 측도 2009년 말부터 여러 차례 북한의 비대칭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합참의 대비는 형식적 차원에 머물렀고 결국 초계함이 북 어뢰에 맞아 침몰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후 군은 북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추가 도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북한의 무인기에 우리 영공을 내줬다.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저고도 탐지 레이더(TPS-830K)는 소형 무인항공기는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북한에서 날려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무인항공기가 최전방 지역에서 수시로 육안 관측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고도 탐지 레이더에는 새 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공군도 전방지역에서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을 탐지하기 위해 저고도 감시용 레이더(갭필러)를 운용하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접경지역이 넓어 전체를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해외에서 긴급 도입하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백령도와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NSC 상임위 설치 이후 회의가 3시간 이상 열린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회의를 주재했고 국방·외교·통일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안보실 1·2 차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남상훈·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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