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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북한 무인항공기 띄워 우리군 대응 정찰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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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사격 당일 백령도에 1대 추락

카메라에 우리軍 움직임 찍혀… 일제 엔진ㆍ주요 부품은 중국산

1.5~2mㆍ하늘색에 흰색 덧칠… 파주 추락기와 상당 부분 유사

북한군이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포탄 500여발을 발사하면서 우리 군의 대응 상황을 정찰하기 위해 무인항공기를 띄운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도발 직후인 이날 오후 백령도에 북한제로 보이는 무인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18분쯤 백령도 사곶교회 인근 밭에 무인기 1대가 추락한 사실이 주민 신고로 경찰에 접수됐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는 현재 군과 정보기관 합동으로 정밀 감식 중"이라고 말했다.

정보 당국이 이 무인기가 북한제일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에 촬영된 사진 때문이다. 사진 대부분이 북한 포격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정황도 북한제일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해상 사격 훈련에서 총 500여발 포탄 가운데 300여발을 백령도 동북쪽 수역에 집중시켜 이 중 100여발이 NLL 남측 해역에 떨어졌다. 우리 군의 대응 사격도 모두 여기서만 이뤄졌다. 북측으로서는 이날의 '열점 지역'인 백령도의 우리 군 동향을 감시할 필요성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다. 군사 시설이 밀집한 백령도 일대에서 우리측 민간인이 무인기를 띄우려면 사전에 군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관련 승인이 이뤄진 사실이 없다는 점도 근거다.

2010년 8월9일 서해 NLL로 해안포 110여발을 발사했을 때에도 북한은 무인 정찰기를 백령도와 연평도 상공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제 엔진과 중국제 주요 부품으로 구성된 이 무인기가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봉일천 야산에서 추락 상태로 발견된 무인기와 크기와 제원, 성능이 유사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무인기는 크기(1.5~2m)가 비슷하고 모두 소형 카메라를 장착했다. 지상에서 식별하기 어렵도록 하늘색 바탕에 구름 모양의 흰색을 덧칠한 것도 유사하다.

이에 따라 정보 당국의 조사를 통해 두 무인기 모두 북한군 장비로 판명된다면, 우리 수도권 일대 상공이 북한 무인기의 정찰 활동에 무방비 상태로 뚫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카메라에서도 화질은 나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서울 일대 사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중국 무인기(D-4)를 자체 개조해 만든 모델 '방현-ⅠㆍⅡ'를 최전방 부대에 배치해둔 상태다. 길이 3.23m인 이 무인기는 지상 고도 3㎞에서 최대 시속 162㎞로 비행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워낙 소형이어서 레이더로 북한 무인기를 포착하는 게 쉽지 않지만, 육안으로 식별되면 벌컨포 등 대공 화기로 격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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