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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법원, "인격권 정면 침해"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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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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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선고 기자회견 하는 이주와구금대응네트워크

3년 전 외국인보호소에서 이른바 '새우꺾기' 등 인권침해 행위를 당한 외국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오늘(9일) 모로코 국적의 피해자 A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A 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씨의 청구액은 4,000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속칭 '새우꺾기'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피보호자의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인도적 조치"라며 "그 자체로 헌법에서 보호하는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피보호자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로 '수갑, 포승, 머리보호장비'만을 규정하고 있지만 케이블타이나 발목 수갑, 박스테이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법령에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장비를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보호소 소속 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위법한 장비를 사용한 행위, 위법한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한 행위를 했으므로 국가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A 씨가 뒷수갑으로 결박된 상태에서 침구류 없이 취침하게 한 것은 "원고가 방충철망을 뜯으며 유리조각을 소지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하므로 자해방지 등을 위해 뒷수갑을 채웠고, 스스로 옷을 벗고 매트리스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계속해 모포나 옷을 제공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가혹행위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5일 이내인 독방 계호 기간을 초과한 점은 과실이 있다고 보면서도 독방 격리 자체가 징벌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인권·시민단체는 지난 2021년 9월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머물던 A 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이른바 '새우꺾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문제 제기했습니다.

새우꺾기란 손목과 발목을 뒤로 묶어 포박한 뒤 새우등처럼 몸을 뒤로 꺾기게 하는 자세입니다.

법무부는 당초 "당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으나, 2021년 11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A 씨에게 법령에 근거 없는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A 씨의 진술과 CCTV 녹화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새우꺽기' 가혹행위는 세 차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무부는 또 예규인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하고 보호장비 등에 대한 정기적 직무 교육 실시 등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실제 이후 외국인 보호시설 내 보호장비 종류와 사용 요건 명문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A 씨 측은 해당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 2022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오늘 선고 이후 "법원의 판결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하여진 국가폭력이 명백한 위법이었고,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말해준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A 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수많은 결과가 있었음에도 정작 새우꺾기를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인 A 씨에 대해선 그 누구도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위법행위도 인정한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3년간이나 끊임없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음에도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법무부는 항소하지 말고 처절히 반성하라"고 촉구했습니다.

A 씨는 현재 해외로 출국한 상태로, 앞서 A 씨 측이 새우꺾기 가혹행위에 가담한 화성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을 고소한 건은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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