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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비명과 함께 “오빠 미안해”…50대 변호사 남편에 살해당한 40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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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후 상황 담긴 녹취록 일부 공개

세계일보

S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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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법무법인 출신 변호사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범행 전후 상황이 담긴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다.

현장에 아들이 있는데도 둔기로 내려치는 소리와 비명, 아들에게 신고해 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 등 참혹한 당시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미국 변호사 A(51)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는 유족 측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범행 전후의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은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일부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대형 로펌 미국변호사 A 씨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었던 40대 아내 B 씨를 살해한 이번 사건에 대해 다뤄졌다.

B 씨는 사건 20일 전부터 남편의 집 인근에 따로 집을 얻어 딸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사건 당일 오후 6시 45분쯤 딸아이 가방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A 씨의 집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집에 방문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구급대에 실려 나온 B 씨의 머리에는 최소 7곳에 이르는 열창과 함께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A 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족은 고의적인 살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 씨가 일방적으로 고양이 장난감으로 쓰이던 금속파이프로 갑자기 가격했고, 죽일 의도로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119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현장을 이탈했다가 돌아온 점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던 중 지난 4월 23일 열린 5차 공판에서 B 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음성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족은 "(B 씨가) 이혼을 결심하고 난 다음에는 A 씨랑 만날 때마다 녹음 했다. 분명히 그날 녹음이 남아 있을 거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몰랐다. 복제폰을 풀면 되더라. 복제할 때 데이터가 중간에 날아갈 수가 있다더라.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더라. 어쩔 수가 없었다. 풀었더니 녹음돼 있었다"고 밝혔다.

40분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A 씨의 집에 도착했을 상황이 모두 담겼다. B 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빠와 지내던 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딸의 물건과 가방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B 씨는 딸의 물건과 관련해 남편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A 씨는 B 씨가 물건을 챙기려 하자 "응? 아니 거기서 사면 되잖아. 여기 두고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B 씨가 "여기 많잖아. 많아서 그래. 한 개만 줘 그럼. 당장 없어서 그래"라고 하자 "당장 없는 걸 그럼 어떡해. 그러면서 무슨 custody(육아)를 한다는 얘기야"라며 B 씨를 나무랐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B 씨는 갑자기 "아악"이라며 비명을 질렀고 "미쳤나 봐"라고 말했다. 아들과 인사 후 약 2분 30초가 지났을 때였다. 이후에도 몇 차례 가격하는 소리가 반복됐고 소리를 들은 아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상황이 벌어졌다.

B 씨는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고, A 씨는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들어가 있어"라고 얘기했다.

2분 뒤 또다시 B 씨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힘겹게 내뱉는 음성이 확인됐다. B 씨는 비명과 함께 "오빠 미안해. 오빠 아악. 아아 오빠. 미안해"라고 말했다.

유족은 "이러고 죽었다. 딱 10분 만에, 들어간 지. 제일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아냐. (A 씨가) '침착해 XX' 이런다. (이걸) 발견한 날 죽는 줄 알았다 진짜로"라며 울먹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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