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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엄홍길 “끝내 히말라야 미답봉 정상에 섰습니다”... 사진·영상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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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네팔 수교 50주년 기념 히말라야 미답봉 등정 사진 첫 공개

한국-네팔 수교 50주년 기념 히말라야 미답봉(未踏峯) 원정에 나선 ‘한국-네팔 우정 원정대 2024′의 정상 등정 사진과 영상이 처음 공개됐다.

산악인 엄홍길(64) 대장은 6일 히말라야 미답봉 쥬갈 히말라야 베이스캠프(4700m)에서 카트만두로 철수한 뒤 원정대의 정상 등정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다.

쥬갈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엄 대장은 세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거친 목소리로 “마침내 쥬갈 히말라야 정상에 올랐다. 처녀 등정에 성공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불굴의 정신, 필사즉생의 각오로 올랐다”며 “주위에서 60대 중반의 나이를 보고 다들 우려했지만, 도전에 나이는 결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원정대가 사상 첫 등정한 쥬갈 히말라야 1봉은 ‘한-네팔 희망봉’ ‘한-네팔 우정봉’이나 ‘코리아피크’ 등으로 명명돼 양국 국민 사이에 영원히 기억하게될 것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원정대는 한국-네팔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 측에선 엄홍길휴먼재단(UHF)과 대한산악구조협회(KARA·회장 노익상), 네팔 측에선 네팔등산협회(NMA)가 합동으로 사상 첫 공동팀을 구성했다.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난달 27일 한 차례 정상 등정에 나섰다가 정상을 불과 200여m 남기고 초강력 눈폭풍을 만나 정상 문턱에서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정상 등정 실패 엿새만인 3일 오후 6시55분(한국시각·현지시각 오후 3시40분) 끝내 정상에 올랐다. 오전 1시 정상 도전에 나선지 14시간 40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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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가운데) 대장과 쥬갈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락파 덴디(왼쪽)와 람바 바부 셰르파가 한국-네팔 수교 50주년 기념 플래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쥬갈 히말라야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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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등정지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145km 떨어진 쥬갈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군(山群)에 둘러싸인 봉우리(쥬갈 히말라야 1봉·6590m)로 네팔 정부가 60여년 만에 처음 공개한 등정지이자 미답봉이다. 원정대는 기상 이변과 매일 불어닥친 눈폭풍과 눈사태, 낙빙(落冰) 등 갖은 시련 속에서도 인내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등정에 성공, 한국과 네팔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특별한 이정표를 남겼다.

원정대는 지난달 5일 서울을 떠나 카트만두에 도착, 13일 쥬갈 히말라야 4700m 고지에 베이스캠프(4700m)를 차렸다. 베이스캠프에서 정상 공격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15일 베이스캠프에서 500m 위에 전진기지 격인 하이캠프(5300m)를 구축, 정상 도전을 위한 루트설정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아무도 오르지 않은 미답봉인데다 애초 구상했던 등정로 작업이 예상과 달리 정상과의 길이 단절되는 바람에 시작부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매일 눈폭풍이 몰아쳐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밭을 헤치며 길을 만드는 작업(러셀)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루 고생해 길을 만들어놓으면 다음날 눈이 내려 흔적도 없이 만들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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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갈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엄홍길 대장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모습. 엄 대장은 2007년 로체 등정 이후 17년 만에 고산 등정에 나서 '도전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쥬말 히말라야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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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고생해 5800m 고지에 캠프 1을 차리려 했지만, 하이캠프를 떠나면 곧바로 경사 70~80도에 이르는 가파른 설산인데다 텐트 1동 칠 공간조차 확보할 수 없는 험준한 지형이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원정대 도착 후 근 한달 만인 지난 5월 3일 처음으로 맑은 날씨가 펼쳐져 하늘이 준 기회로 삼았다. 오전 1시 정상 공격에 나선 엄 대장과 히말라야 9좌 최단 등정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14차례 에베레스트(8848m) 등정자인 락파 덴디(36), 람바 바부(35) 등 3명은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나갔다. 험준한 지형을 관찰하며 결국 한 발씩 내디뎌 마침내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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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미답봉 원정에 나선 엄홍길 대장이 쥬갈 히말라야 정상 등정에 성공한 모습. /쥬갈 히말라야 원정대


그리고 하루 뒤 구은수(54) KARA 부회장, 백종민(강원구조대·51), 김동진(제주구조대·51), 엄태철(대구구조대·48)등 KARA 구조대원으로 구성된 한국 측 대원들 4명도 정상을 밟는 쾌거를 이뤘다.

엄 대장은 “쥬갈 히말라야 1봉은 6500m급이지만 거의 8000m급과 비교되는 험준한 지형으로 구성된데다 이번 원정기간 계속된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며 “대원들의 열정에도 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기상 여건 등을 감안하면 정말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만든 특별한 결과”라고 했다.

또 “지난달 17일 하이캠프에서 캠프 1 구축을 위해 나섰던 변준기 대원이 루트 개척 작업 중 추락하며 손목이 뒤틀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21일 캠프 1 구축에 나섰던 네팔 대원 다메 셰르파가 눈사태로 600m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원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두 대원 모두 무사히 구조되면서 오히려 등정 성공을 위해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엄 대장은 지난 2007년 로체(8400m) 등정을 마지막으로 8000m급 16좌(봉) 완등에 성공하면서 고산(6000m 이상) 등정을 중단했다. 산악인으로서 현역 은퇴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한국과 네팔의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본인 직접 자금을 마련해 원정대를 구성한데다 원정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산악인에서 나아가 진정한 민간 외교관의 진면목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쉬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는 “한-네팔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양국 원정대의 등정 성공은 한국과 네팔의 영원한 우정을 담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남겼다”고 치하했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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