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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가스 폭발로 작업자 5명 ‘전신화상’ 전주리사이클링타운, 국과수 감식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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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권에서 발생한 음식물을 처리하는 시설인 전주종합리사이클링센터 지하 1층에서 가스가 폭발해 하수 슬러지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인부 5명이 전신에 화상 피해를 본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합동 감식이 사고 발생 18시간여 만인 3일 오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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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6시42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리사이클링센터에서 가스 폭발로 다친 부상자들을 분산 이송하기 위해 충북소방 헬기에 싣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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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기 전주시장은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위탁 업체를 법적조치하고 피해자 치료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고, 전주시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원활한 사고 수습과 음식물 수거 처리 대책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노동계와 환경단체는 “자격 없는 민간 기업의 운영과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전주시 때문에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과수·경찰·소방 사고 현장 합동감식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부터 전주종합리사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북경찰, 전북소방, 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참여한 가운데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다.

감식의 초점은 작업 중인 배관으로 가스가 유출된 경위와 폭발·발화 원인 등을 규명하는 데 맞춰졌다. 사고 직후 현장을 확인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하 음식물쓰레기와 하수찌꺼기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바이오가스(메탄가스)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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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리싸이클링센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우범기 전주시장이 3일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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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안전관리책임자 등 관계자들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주리싸이클링센터 폭발 사고는 전날 오후 6시42분쯤 센터 지하 1층에서 소각슬러지 배관 교체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A(58)씨 등 5명이 전신 등에 화상을 입고 대전, 충북, 광주 등지 화상치료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우범기 시장 “위반 드러나면 법적 조처”

우범기 전주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원인을 규명하고 위반 사항이 있을 시 법적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깊은 위로와 함께 치료, 회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김인태 부시장을 본부장으로 가스폭발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원활한 사고 수습과 음식물 수거 처리 대책마련, 환자 치료 지원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주리사이클링센터 운영사들도 전날 저녁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성우건설,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에코비트워터 등 4개 공동 운영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명의 사고 피해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전주시민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도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고 피해 근로자들과 가족을 최대한 지원해 완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사고 시설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 이후 조속히 보수공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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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가 3일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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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단체 “무자격 업체 맡긴 예견된 인재”

지역 노동·환경단체는 이번 사고에 대해 ‘예견된 인재’라며 민간 운영 업체와 전주시를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는 이날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격 없는 민간 기업의 운영과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전주시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하며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다.

단체는 “폭발 사고 현장은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한 폐수와 침전물이 모이는 곳이라 가연성·유해 가스가 상시로 발생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주지역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공시설을 경험 없는 민간 업체가 운영한 것도 사고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폈다.

노조는 “그동안 리사이클링센터에서 언제든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며 “전주시는 더는 사고 원인을 민간 회사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회피하지 말고 민간투자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터질 것이 터진 예견된 인재”라고 밝혔다.

단체는 “유기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고, 가스화 시설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일반 건설업체가 그나마 현장 경험이 많은 노동자를 부당해고한 채 오래되고 낡은 시설을 손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설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 이해도가 높은 해고 노동자들이 사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장기적으로 시가 직접 리사이클링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실시협약 해지 등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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