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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독]정보공개청구 354만건중 82만건, 악성민원인 10명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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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2900곳, 매일 반복해 올려

민원인 1명이 28만5000건 청구도

정부 ‘업무방해 심의→종결’ 추진

폭언전화 먼저 끊고 녹음할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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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원인은 최근 강원 춘천시에 시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롯해 최근 10년 치 인허가 관련 서류 등 57개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기간제 근로자까지 채용해 3개월 동안 자료를 복사해 준비했지만 정작 민원인은 자료를 가져가지도 않았다.

올해 3월 경기 김포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 같은 악성 민원인 10명의 정보공개청구 건수가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총 354만6822건이다. 이 중에서 상위 10명이 청구한 게 82만7160건으로 전체의 23.3%에 이른다. 1명당 많게는 30만 건 가까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의도적으로 담당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악성 민원인에게 대응하기 위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 354만 건 중 82만 건, 10명이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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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도 민원처리법상 민원의 한 종류에 포함된다. 특히 그간 민원처리법상 의도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기 위해 단시간에 대량의 민원을 신청하는 행위에 대한 별도의 제재가 없어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됐다.

행안부 조사 결과 2022년 전체 정보공개청구 180만2099건 중에서 상위 10명의 악성 민원인이 청구한 건수가 57만9594건(32.2%)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청구한 민원인이 28만5415건에 달했고, 이어 21만3696건을 청구한 민원인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174만4723건 중 상위 10명 악성 민원인의 청구 건수는 24만7566건(14.2%)이었다. 올 1분기(1∼3월)에도 전체 57만4112건 중 29.1%인 16만6983건을 상위 10명이 청구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총 2900곳이다. 정부의 온라인 정보공개청구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 기관들의 리스트를 선택하면 같은 내용의 민원 1건을 동시에 2900곳에 보낼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들은 이를 매일 반복하는 식으로 대량의 정보공개를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한 민원인이 최근 3년간 공무원의 개별 출장 및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을 청구해 A4용지 2000장이 넘는 분량의 문서를 담당자가 작성해야 했다. 충남 아산시에서도 민원인이 전 직원의 출장 내역 등을 청구한 뒤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 및 소송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 폭언 전화는 먼저 끊고, 이름 비공개

이에 행안부와 관계부처는 민원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대량 민원을 신청해 의도적으로 업무처리에 지장을 준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보완한다. 동일한 내용 여부뿐만 아니라 민원 취지, 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보공개청구도 자체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또,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폭언하면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을 수 있다. 그간 민원 공무원은 민원인이 욕설을 하거나 민원에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얘기해도 응대 매뉴얼상 듣고만 있어야 했다. 앞으론 1차 경고 뒤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 있게 된다. 민원 내용을 콜센터 등처럼 녹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민원 청구 시 담당 공무원의 ‘신상 털기’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하게 된다.

악성 민원 피해를 6일 이내 공무상 병가 사유에 포함하고, 피해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응팀도 운영할 예정이다. 민원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민원업무를 직무특성 관련 가점항목으로도 명시한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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