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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원료의약품 중국 의존도 '심각'…'약부족' 사태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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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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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글로벌 제약업계가 중국 반간첩법(방첩법)으로 인한 의약품 공급 부족을 경고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원료의약품 수입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자급률이 낮은 상태다. 이번 '약부족' 사태 역시 이런 구조적 취약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26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럽과 미국 제약사는 중국 내 제조 현장 인증 문제로 인해 공급망 차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의약품제조협회(BAH)에 따르면 독일 조사관 중 상당수가 체포를 두려워해 중국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사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생산 현장에 대한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상태다.

이 매체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국 생산 현장에 대한 일부 감사는 온라인으로 수행되거나 검사 없이 연장됐고,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만료될 인증이 많은 상태다. 코로나19 봉쇄, 제조 문제, 홍해 긴장 등으로 인해 발생한 필수 의약품 부족 현상이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단 경고가 나온 이유다.

업계에서는 유럽과 미국 조사관들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본다. 이미 1년 전 일본 아스텔라스 제약사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구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간첩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이 50대 남성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구속된 상태다. 로이터는 해당 남성이 베이징 등 중국 지부에서만 20년가량 근무한 '중국통'이며 이전에는 중국 주재 일본상공회의소 고위 간부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직원이 체포된 이유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해당 직원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중국 주재 일본 대사가 여러 차례 석방을 촉구했지만 대사가 몇 차례 직원 면담을 허락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2023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24.4%에서 단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특히 원료의약품의 경우 중국에서만 1조 2000억원(9.1억 달러) 어치를 수입해 2위 인도(4000억원)와 큰 격차를 보였다. 중국에서 모종의 이유로 원료약 공급이 중단될 경우 시민 건강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큰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매주 '이주의 품절약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4월 셋째 주 품절약으로는 코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 외용제, 이뇨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항결핵제, 심장질환 치료제, 당뇨병치료제, 항종양제 등이 보고됐다.

건약 측은 "라아미노살리실산은 WHO과 질병관리청이 항결핵 치료에 사용을 권고하는 치료제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결핵치료제 품절문제가 보고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치료제인 둘라글루타이드는 국제적 공급부족 현상을 겪는 약으로 유사약제도 없어 환자의 원활한 치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의약품 수급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면서 의약품 해외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윤택 연세대 약학대학 제약산업학 겸임교수는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벌이슈파노라마에 '의약품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해외 동향과 정책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정윤택 교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국제 생산의 성장 모멘텀이 정체되며 GVC(글로벌 밸류체인)가 취약해지고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됐다"라면서 "일부 국가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 비중이 커져 해당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국가의 협상력이 저하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등 일부 생산국의 독점력이 큰 항생제의 경우에는 무역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한다"라면서 "국내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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