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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교향곡 무궁무진 매력 비올라서 지휘로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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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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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 매일 유산소 운동을 했어요. 지휘 중에 숨이 헐떡이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요."

지난 20일(현지시간) 세계 3대 권위로 꼽히는 덴마크의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날아온 이승원(34)의 우승 낭보는, 당연히도 거저 쥔 성과가 아니었다. 귀국 직후 23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본선, 결선에 간 것만으로도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겸손함 이면에 치열했던 대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세계적 콩쿠르인 만큼 본선 진출조차 쉽지 않은 대회긴 하다. 400여 명의 지원자 중 단 24명만 본선에 오르기 때문에 3년마다 열리는 대회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는 지휘자들도 많다. 이승원은 "해외 무대에서 경험을 더 쌓기 위해선 파격적인 부상이 주어지는 말코 콩쿠르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출전 나이 제한이 35세인데 올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고 돌아봤다. 우승 대가로 그는 향후 오슬로 필·댈러스 심포니 등 세계 24개 악단과 협연하며, 이탈리아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로부터 3년간 개인 멘토링도 받는다.

어렵게 얻어낸 우승 뒤엔 떨리는 순간도 많았다. 가령 지휘자는 무대에서 리허설할 때부터 본 무대 내내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해야 했다. 리허설 때 단원들에게 하는 말까지 심사 대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승원은 "본 공연에서 호흡이 가쁘고 숨소리가 크면 긴장한 티가 나서 좋아 보이지 않겠더라"며 "이전 콩쿠르 영상들을 참고해 가며 미리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근 지휘자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사실 비올리스트로 20년 넘게 활동했다. 현악 4중주 노부스 콰르텟 멤버이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비올라 종신 교수도 지냈다. 그러다 2018년 본격 지휘로 전향했다. 2022년부터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부지휘자로 계약직 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비올라 솔로 연주는 곡이 한정적이에요. 그런데 교향악은 죽을 때까지 모든 레퍼토리를 다 만져보지 못할지도 모르죠.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만나 최대한 많은 곡을 해보고 싶어요."

이승원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일환으로 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정주원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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