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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국내 건설사 수주 텃밭 중동, 전쟁 확산 우려…건설업계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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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성 공습에 나서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확전으로 번질 경우, 물류비 인상, 자재 수급 불균형 등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중동 시장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조선비즈

현대건설이 수행한 사우디 리야드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현대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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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소식에 중동 지역에 포진한 지사와 현장 직원들을 통해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이번 이란 공습으로 우리 기업이 받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 국내 건설사 진출이 거의 없었다. 이란은 서방 국가와 핵협상 관련 문제로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아예 불가능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수주 활동을 많이 했던 시장이 아니었다”며 “다행히도 이란-이스라엘 대립으로 인한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현장 피해는 현재까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중동 정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이란-이스라엘 갈등은 국지적인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만 향후 미국과 주변 아랍 국가들이 참전하는 등 확전될 경우, 국내 기업의 중동 건설 공사와 신규 수주 활동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동 전쟁 위기로 인해 공사 현장이나 신규 수주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지만 확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지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인접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기존 공사 현장과 신규 발주 물량이 몰려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향후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진행 중인 공사를 멈춰야 하고, 직원들을 모두 국내로 철수시켜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임대료가 비싼 장비를 빌렸다면 물류 이동통로가 막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일파만파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이외에 다른 지역 수주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중동 국가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 가장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며 “건설사업을 하려면 자재 조달이 중요한데 이란과 이스라엘 냉전이 이어져 물류 이동 통로인 호르부즈 해협을 차단해버리면, 건물을 짓고 있던 현장은 공사를 멈추고 직원들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운이 감도는 중동지역이 아닌 아프리카,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해외건설사업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사업 수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주 텃밭으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24억 달러(3조35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주액 55억 달러 가운데 중동지역이 44%로 해외 수주 비중 1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 주요 사업으로는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 5000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 달러) ▲UAE 크릭 워터스 주택(2억2000만 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 달러) 등이 있다.

해외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이란-이스라엘 대립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중동에서도 우리 기업의 신규 수주 기대감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전쟁에 있어서 확전으로 이어지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데다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계획 중인 발주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전쟁이 주변 지역으로 커지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는데,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국제 정세로는 확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이란-이스라엘 갈등은 지난 1973년에 발발한 중동 전쟁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과거 중동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대립이 서방국가 개입으로 확산된 것과 달리, 이번 충돌은 이슬람 국가 안에서 지속된 종파 갈등이 주된 이유라는 점에서다.

환율 급등이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공사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착공할 때 고정환율로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달러(USD) 또는 현지 화폐로 돈을 지급받기 때문에 원화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현장 환율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어차피 현지 화폐나 USD로 돈을 받아서 자재도 그 돈으로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USD가 오르면 나중에 공사가 끝나고 원화로 바꿀 때 환차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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