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영국 존슨 취임 1주년…브렉시트는 성공·코로나19 대응은 낙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7월 24일 취임…조기 총선 승부수 성공해 EU 탈퇴 이끌어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로 지지율 하락…미래관계 협상 등 과제 산적

연합뉴스

관저 들어가는 존슨 영국 총리
(런던 EPA=연합뉴스) 지난해 7월 24일(현지시간) 취임한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로 들어서고 있다. (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브렉시트(Brexit) 찬성론자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취임한 존슨 총리는 지난해 말 조기 총선 승부수가 성공하면서 결국 공언한 대로 올해 1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끌었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존슨 총리는 그러나 곧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걸림돌을 만났다.

미숙한 대응으로 코로나19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본인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돼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존슨 총리 앞에는 여전히 코로나19 제2 확산 예방, 연내 EU와의 미래관계 협상 마무리 등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평가다.

◇ 최단명 총리 위기 넘어서 브렉시트 불확실성 끝내

'브렉시트 구원투수'로 취침했던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정작 브렉시트 난맥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사임하자 존슨 총리는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통해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7월 24일 취임 일성으로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며,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당초 예정대로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당시 존슨 총리에게는 약속을 실행할만한 정치적 뒷받침이 부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하원 내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보수당은 이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존슨 총리는 극적으로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역시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가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브렉시트가 2020년 1월 말로 연기되자 존슨 총리는 의회 내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3년 넘게 영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만 의료, 교육, 치안 등 국민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결국 지난해 12월 12일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은 야당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도 80석이 많은 365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기록했다.

특히 전통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인 미들랜즈와 잉글랜드 북부를 잠식한 점이 승리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존슨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하자 "브렉시트는 반박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영국민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당에 표를 던진 전통의 노동당 강세 지역 유권자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압도적인 하원 의석을 바탕으로 존슨 총리는 결국 예정대로 지난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 만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역사적인 브렉시트의 순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이 31일(현지시간)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다. 런던 의회광장에 모인 이들이 1973년 이후 47년 만에 EU를 탈퇴하는 순간을 축하하고 있다. 2020.1.31 pdhis959@yna.co.kr



◇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지지율도 하락세

거침없이 나아가던 존슨 총리는 그러나 코로나 19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과정에서 보였던 미숙함,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존슨 총리에 대한 신뢰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존슨 총리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이탈리아에서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3월 초만 해도 "우리는 (코로나19에) 매우 잘 준비돼 있다"면서 "우리는 환상적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가지고 있고, 훌륭한 검사 시스템과 감염 확산에 대한 감시 체계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영국과 존슨 총리의 자신감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무너졌고, 영국은 유럽에서 최악의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3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9만6천377명으로 전 세계에서 열 번째, 유럽대륙에서는 러시아와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4만5천501명으로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사망자수가 4만명을 넘는 곳은 영국이 유일하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오판이 가장 뼈아팠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존슨 총리는 계속해서 "손을 깨끗이 씻고 일상을 유지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 비해 휴업 및 휴교, 이동제한 등의 엄격한 봉쇄조치를 늦게 결정했고, 코로나19는 4월 들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집단면역'(herd immunity) 전략을 추진하다가 곧 포기했고, 코로나19 검사 역량 및 개인보호장비(PPE) 확충에도 미적거렸다.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마스크를 권고하지 않다가 결국 수개월이 지나서야 대중교통 등에서 이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화를 더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안이한 인식 탓인지 존슨 총리는 봉쇄조치를 발표한 지 나흘 뒤인 지난 3월 27일 주요국 정상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까지 처했다가 가까스로 회복했다.

연합뉴스

마스크 쓰고 공식 석상에 첫 등장한 영국 총리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구급차 서비스 본부를 방문해 구급요원과 대화하고 있다. 존슨 총리가 공식 석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jsmoon@yna.co.kr



자유민주당 대표 에드 데이비 경은 "존슨 총리 하에서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을 경험했으며,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사망률 역시 유럽에서 가장 높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존슨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존슨 총리에 대한 순지지율(지지하는 사람 비율-반대하는 사람 비율)은 취임 당시 -3%에서 지난해 말 조기 총선 때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총선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존슨 총리의 순지지율은 브렉시트를 거치면서 치솟아 3월에는 30%대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존슨 총리의 순지지율은 곤두박질치기 시작, 지난 19일 기준 -4%에 그쳤다.

총선 당시 당 지지율은 보수당이 45%, 노동당이 33%로 12%포인트(p) 격차를 보였지만, 지난 19일에는 각각 44%와 36%로 좁혀졌다.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는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37%로 35%에 그친 존슨 총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관계 협상·코로나19 대응 등 현안 쌓여있어

취임 1년이 지난 존슨 총리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연내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해야만 '진짜 브렉시트', EU로부터 정치적·경제적으로 독립된 주권국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문제는 지난 3월부터 협상을 이어왔지만 양측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양측이 전환기간이 끝나는 연말까지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미 브렉시트를 단행한 상황인 만큼 엄밀히 말하면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는 아니지만, 사실상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전환기간 내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응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2일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560명, 사망자는 79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정점 당시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백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00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이달 초부터 펍과 바, 식당 영업을 재개하는 등 대부분의 봉쇄조치를 이미 완화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 자가 격리 의무화 조치도 한국을 포함한 59개국에 대해서는 면제하고 있다.

레스터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대면 내각회의 주재하는 존슨 총리
(런던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오른쪽 두 번째)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외무부 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중순 이후 첫 대면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leekm@yna.co.kr



정부 의뢰로 의료과학학술원(Academy of Medical Sciences)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겨울 제대로 된 준비가 없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영국에서 1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존슨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남아있는 제한을 검토해 빠르면 11월부터, 아마도 크리스마스까지는 보다 의미있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강력하고 진심어린 희망"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의 바람대로 영국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한편 진정한 브렉시트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하락세를 보였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연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