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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코로나19’ 확산 비상]개학 다가오는데…학교들 “급식·수업 거리 유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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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 안에 식탁·책상 재배치 등 거리 두기 고민

간편식으로 대체 방안 거론…“개학 더 미뤄야” 의견도



경향신문

육군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 소속 병사가 23일 오후 대구 동구 2·28기념학생도서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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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6일로 예정된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예방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개학에 대비해 급식 환경 개선 및 변경, 교실 내 책상 재배치 등 여러 대비책을 제시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이를 시행하기엔 여러 공간·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확진자 증가가 계속될 경우 개학을 더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서울시교육청은 ‘2020학년도 신학기 학교급식 운영 방안’을 마련해 각급 학교에 전달했다. 이번 방안에는 교내 급식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이 담겼다. 최근까지 코로나19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확진자와 같이 식사를 한 뒤 감염되는 사례가 많았다.

■ 간편식 대체, 식당 ‘칸막이’ 고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교내 급식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은 학생들 간 ‘거리 유지’ 문제다. 시교육청도 학생들이 급식실 식탁에 ‘지그재그’ 형태로 한 자리씩 띄어 앉거나,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보고 식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렇게 학생들이 띄어 앉아 식사하기엔 급식실이나 교실 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서울시 초·중·고 및 특수학교 1335개교 중 식당 배식을 하는 학교는 981개교(73.5%)다. 식당이 마땅찮아 교실배식을 하거나(298개교, 22.3%), 식당·교실 병행배식을 하는 학교(52개교, 4.2%)도 있다.

식당배식을 하는 학교도 전교생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만한 공간은 없어 상당수가 학년별로 2교대 급식을 하고 있다. 여기에 거리를 두면서 급식을 하려면 공간은 더욱 좁아진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학교별 상황에 따라 배식을 3~4교대로 늘리거나, 교실배식을 병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식당배식의 경우 급식실 식탁에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배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급식 식단을 일품식 등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교실배식을 병행할지, 간편식 제공으로 전환할지 여부 등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토록 했다. 경우에 따라선 학생들의 급식 시간이 변경되거나, 급식 시간 변경에 따른 등·하교 및 수업·휴식 시간 변경 등이 이뤄질 수 있다. 학부모 의향에 따라 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체하거나 식기류나 식음료(물) 등은 학생이 개별 지참토록 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 교실 내 ‘사회적 거리 두기’ 한계

정부는 교실에서도 학생들끼리 최대한 거리를 둔 채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2줄씩 책상이 붙어있는 교실의 경우 개별 책상으로 모두 분리해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다만 공간적 제약 문제로 학생들 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면적이 66㎡(20평)가량인데, 2017년 기준 초등학교의 평균 학생수는 23.1명이다. 교실 공간 중 사물함, 교단, 학습기자재 등이 놓인 공간을 제외하면 학생 1인당 3.3㎡(1평)에 해당하는 공간을 갖기도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전염 방지를 위해 권장하는 사람 간 ‘2m’ 이상의 거리에 못 미치고, 과밀학급으로 학생수가 30명이 넘는 학교도 있어 학생 간 거리 두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실적으로 2m 이상 충분한 거리를 두고 수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최대한 학생 간 접촉이 없도록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내 감염 예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 개학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교수는 “신규 환자 발생이 100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예정대로 4월6일에 개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학이 ‘모임을 가져도 괜찮다’는 사회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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