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확산 경고음’ 입단속만 하다 역풍… 전세계 공포로 몰아 [심층기획 - '코로나 19' 대참사 부른 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 12월 8일 우한서 첫 발병 확인 / 의사 리원량, 참상 고발했지만 구금돼 / 한 달 지나서야 ‘코로나’ 첫 확진 진단 / 정부, 사람 간 전염 가능성 은폐 의혹 / 춘제 전 선제 조치 안 취해 최대 패착 / 연휴기간 7일 만에 확진자 13배 폭증 / 피해 눈덩이… 시진핑 체제 위기 불러 / 정부 비판 인사 격리·언론 검열 여전

세계일보

체온 재는 베이징 보안요원 중국 보안요원이 16일 베이징 치안멘 관광지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한 여성의 체온을 재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 두 달 만에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25개국에 전파돼 확진자만 7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600명을 넘었다. 15일 기준 중국 밖 확진자도 600명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의 PHEIC 선포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 정부 책임이 절대적이다. 중국 정부의 초기 상황 오판은 정보 통제와 늑장대응으로 이어져 결국 대참사를 불러왔다.

중국 우환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첫 발병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 8일이다. ‘괴질’ 발생 원인과 상황을 진단하지 않고, 정보 통제와 입단속에만 신경을 썼다. ‘우한 영웅’ 의사 리원량 등 동료 8명이 확산을 경고하려 했지만 오히려 공안에 구금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9일 코로나19를 공식 확인했다. 이미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세계일보

지난 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중앙병원 앞 임시 추모공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 공개한 뒤 환자를 돌보다 자신도 감염돼 타계한 안과 의사인 리원량의 명복을 비는 사진과 꽃다발이 놓여 있다. 우한=AFP연합


특히 사람 간 감염 가능성 은폐 의혹이 문제다. 사람 간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현장에서는 퍼지고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달 20일까지도 이를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300명에 육박하고 한국, 호주, 일본, 필리핀 등지로 확산하고 있었다. 결국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달 20일 중국 중앙방송(CCTV) 인터뷰를 통해 “사람 간 전염은 확증적”이라고 밝혔다.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중국 내에서도 감염자가 폭발하면서 결국 중국 정부가 이를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초기 정보 통제는 결국 대응 시점을 실기하는 오판으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선제적 방어조치를 하지 못하고 항상 뒷북대응으로 일관했다. 발병지인 화난 시장을 폐쇄한 것도 지난 1월 1일이다. 이는 발병 후 3주가 지난 시점으로, 이미 우한시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이었다.

세계일보

특히 춘제(중국 설)에 앞서 선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다. 중국 정부가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한 것은 지난달 23일로 봐야 한다. 이날 우한 봉성 조치가 전격 단행됐다. 그러나 이미 우한 시민 500만명이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로 흩어진 상황이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지난달 26일 CCTV와 인터뷰에서 “춘제와 전염병으로 현재 500여만명이 우한을 떠났고 900만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니 춘제 연휴기간 분격화한 확산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좀비영화’를 방불케 하듯 우한은 아비규환 상태로 변했다. 포댓자루에 담긴 시신,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등 내부 사정을 담은 동영상들이 잇따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 코로나19 포비아를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실제로 우한 봉성 조치가 단행된 춘제 연휴 직전인 23일에는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 누적 확진자는 28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휴 기간인 30일까지 거의 일주일 만에 3386명으로 13배 급증한다. 후베이는 당시 이미 5000명을 돌파해 전면적 확산 상태로 돌입했다.

세계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송을 통해 처음 전방위 대책을 주문한 것이 연휴 기간인 25일이다. 시 주석은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춘절 기간 이례적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하고, 4차례나 관련 상황을 언급했다. 뒤이어 잇따라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지난 10일에는 베이징 병원을 방문했다. 시 주석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이 많다. 16일 확진자 수가 6만85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권 안위를 위협하는 폭풍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미 초기 대처에 대한 실패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계기로 언론 자유를 요구하고,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칭화대 쉬장룬 법학 교수가 또다시 “공산당 지도부가 인민 앞에 정치를 앞세웠다”며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저명 지식인 쉬즈융은 좀 더 직설적으로 시 주석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지식인의 공개 청원서도 등장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비판을 받고 시 주석으로 비판의 화살이 쏠릴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정부 비판 댓글을 삭제하고 비판 인사들을 격리하는 한편 언론 검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