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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영상]ADHD여도 괜찮아! 결핍을 끌어안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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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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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 많은 않았어요. 공부할 때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20분에 한 번씩 밖으로 나가 걷거나 훌라후프를 돌리고 들어와 공부하고 다시 일어나서 뛰고 오는 일상이 무한 반복이었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부주의’ ‘산만’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해 학업 부진을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ADHD는 지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장애이지만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어렵고 관심이 가지 않는 사안에는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

임상심리사로 일하는 신지수씨(30)와 공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정은이씨(가명·36)는 성인이 되어 ADHD 진단을 받았는데, 진단을 받기 전 이미 학업을 마치고, 취업문을 통과했다. ADHD 증상들을 겪으며 어떻게 공부와 취업 준비를 했을까. 24일 경향신문의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지수씨와 은이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ADHD의 특징 중 하나인 ‘과몰입’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은이씨는 “자기가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것에는 온 힘을 다해 집중하는데 추진력이 엄청나요. 저는 그게 고등학교 때는 학업이었고 대학 때는 취업이어서 공부를 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지수씨는 “관심 있는 것에 집중하면 다른 사람의 말도 잘 안 들리고 주의 전환도 안돼서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그걸 느끼고 나면 이걸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 지금 이 순간(과몰입)이 왔구나’ 했을 때 몰아서 공부를 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에 대한 몰입도 차이가 나면서 성적 편차가 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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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씨와 은이씨는 ADHD를 진단받고 받아들이기까지 고민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제는 ADHD를 ‘특징’이자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경험담을 책으로 담았다. 진단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고민과 진단 전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ADHD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지수씨의 책 <여자 프렌들리>는 지난해 매거진 에디터인 지인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출간됐다. ‘여성의 ADHD’와 ‘남성 중심적인 분야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다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진단을 늦게 받으면서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게 억울함이었어요. 세상의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정신장애도 남자아이나 남자 위주로 연구가 돼서 여자들이 배제 받는 경우가 많은데 ADHD도 같은 맥락에서 여자아이들의 진단이 덜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내가 (ADHD라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았으면 (학업이나 일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한 명이라도 더 빨리 (ADHD를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끌어올려 주고 싶다는 마음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은이씨는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자 대성통곡하며 우는 아이 엄마를 보고 ADH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엄마가 화장실에서 남편과 통화를 하며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울더라고요.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ADHD인데 잘 살고 있어요. 괜찮아요’라고 말이죠. 저는 늦게 발견했지만 이 아이는 일찍 진단을 받아 어른이 되면 (증세가) 조금 줄어들 것이고 남을 헤아리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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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ADHD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지수씨는 말했다. “제 책을 읽고 SNS에 ‘ADHD 치료 일기 계정’을 만들었다는 분들이 많아 놀랐어요. 진단을 받고 약물 복용을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증상들을 기록하는 거죠. 또 핸드폰 메모보다는 노트를 이용하는 방법 등 책에 나온 대처법을 시도해보고 좋았다는 피드백도요. 특히 ‘내가 여자 ADHD의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씀을 하며 (어릴때 진단받지 못해) 억울하게 살았지만 앞으로는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의 글들을 봤을 때 기뻤어요.”

은이씨는 “책을 내고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했는데 책을 읽고 자신의 아이가 ADHD인 것을 빨리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는 걸 알았다며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며 “특히 100여 명이 넘는 회사 동료들이 책을 구입해 사인을 받으러 왔을 때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지수씨는 “ADHD라는 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될 때가 있어요.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나랑 비슷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다”며 “내가 조금씩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만큼 (진단을 받아도) ‘완전히 무력해질 필요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ADHD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결핍이 있잖아요. 결핍을 끌어안고도 충분히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요. 결핍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이씨는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캐릭터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매끈한 돌도 거친 돌도 다 쓰임이 있다고 하잖아요. 꼭 체계적이거나 정리가 잘 된 사람만 사회에서 인정받는 게 아니라 특이하고 개성 있는 사람도 충분히 필요하고 맞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주 기자·이바미 인턴PD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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