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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로하니 이란 대통령, 우크라 항공기 격추는 "미국의 괴롭힘이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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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에 대한 과실과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이란인과 이란계 캐나다인이라는 점도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지난 11월부터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아왔다. 로이터 통신은 11월 15일 이후 2주간의 소요 사태로 1500명이 사망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10대 17명과 여성 400명도 포함된 숫자다.

조선일보

6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대 교정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서 이란의 2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참배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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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하고 한 달 구매 상한량을 60ℓ로 제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산유국인 이란 입장에선 서방의 제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재정을 보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군과 친정부 민병대 등을 투입, 시위대에게 실탄 사격을 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의 ‘영웅’ 대접을 받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하면서 미국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가며 국면 전환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자국민이 탄 여객기를 격추시키는 ‘자살골’로 최악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AP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인정하는 군부 성명 발표 직후 희생자 유가족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사고에 대한 빈틈없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솔레이마니 살해 이후 이어진 미국의 "협박과 괴롭힘"이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슬픈 날"이라고 운을 뗀 뒤 "미국의 모험주의가 촉발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실수가 비극을 초래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 국민과, 모든 희생자 가족, 그리고 이번 사고로 영향 받은 국가들에 깊은 유감과 사죄, 조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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