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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구속 면한 조국…검, 수사 차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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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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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의 ‘윗선’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27일 오전 1시쯤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영장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다만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며 “사건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피의자(조 전 장관)가 사건 관련인을 회유한 정황이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 업체를 압수수색한 지난 10월30일을 전후로 조 전 장관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를 요청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봤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7년 10~12월 유 전 부시장 감찰이 진행될 때 “나한테도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주변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조 전 장관은 두 차례 검찰 피의자 조사에서 “내가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은 아니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친문’ 인사들의 유 전 부시장 구명 요구가 감찰 관련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백 전 비서관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50)과 김경수 경남지사(52)로부터,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46)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46)에게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을 요청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날 검찰은 2017년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 전 부시장 감찰 자료가 폐기되는 등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며 조 전 장관을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 전 장관이 감찰 경과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받았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감찰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영장심사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감찰 중단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의혹에 대해 법원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구속의 필요성으로 주요한 증거물을 파쇄했다고 하는데 통상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증거를 은닉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검찰은 수사초기부터 조 전 장관에 대한 ‘표적수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본격적으로 감찰무마 및 가족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조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해 청와대와 여권 실세로 향하던 ‘윗선’ 수사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 뿐 아니라, 조만간 기소 예정인 가족 비리혐의 재판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한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관련 사건을 올해 마무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적용 법리 등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유희곤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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