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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먹이·터전 찾아' 도심 멧돼지 출몰 속출...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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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멧돼지가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마포구청 주변에 멧돼지 두 마리가 돌아다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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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멧돼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과 소방, 구청 관계자들은 현장에 출동, 인근 마트 주차장에서 멧돼지들을 발견했다. 이 중 한 마리는 경찰이 쏜 총에 사살됐고 나머지 한 마리는 인근 공원 방면으로 달아났다.

이에 구청 등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는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우려로 현장을 소독하고 시료를 채취했다.

사살된 돼지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시료 분석 의뢰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추후 멧돼지 신고가 접수되면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멧돼지 출몰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 장소도 아파트, 병원, 대학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전 1시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북단에서는 멧돼지가 달리는 트럭과 충돌했다.

지난 10월 15일 오후 7시 20분쯤 강동구의 한 보훈병원 인근에는 멧돼지 6마리가 나타났다. 다음날인 오전 1시쯤에는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견됐다.

같은 달 7일 오전 5시 30분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도 멧돼지가 발견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멧돼지 출현 관련 출동 건수도 증가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간 전국의 멧돼지 관련 119 출동 건수는 438건으로 지난해(202건)의 2배를 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총 25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34건)보다 26.7%, 2017년(2416건)보다 17.9% 증가한 수치다.

주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불안감을 호소한다. 지난 10일 멧돼지가 포획된 마포구 소재 마트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24) 씨는 "도시 한복판에서 멧돼지를 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싶지만 멧돼지도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사는 이광희(71) 씨는 "(지난 10일 멧돼지가 출몰했던 지역 주변에서) 산책을 하러 자주 오는데 멧돼지가 이 근방을 지나갔다니 혹시 마주칠까 걱정은 된다"고 전했다.

구청도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마포 일대는 멧돼지 출몰이 비교적 적은 지역인데다 멧돼지 출몰 성수기인 10~11월을 넘긴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마포 관내에서 최근 몇 년간 멧돼지 출현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며 "멧돼지는 주로 산림에 서식하는데 마포 일대는 산이 적고 지형이 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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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18일 오전 아프리카 돼지열병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2019.09.18 pangb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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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향한 멧돼지의 대담한 행보는 산림을 떠날 수밖에 없던 멧돼지의 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개체수 증가와 서식지 감소로 산과 숲에서 점점 밀려나 인간들이 사는 곳까지 당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멧돼지는 한 번에 5~8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 수가 많은 편"이라며 "이에 더해 기온 온난화로 따뜻해진 환경으로 생존률이 절반에서 약 80%까지 높아져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인 개발로 멧돼지 서식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자 먹이와 터전을 찾아 산림 가장자리로, 나아가 도심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라며 "주민들이 꾸리는 텃밭이나 음식물 쓰레기 등의 냄새를 맡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시민 안전과 더불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멧돼지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무분별한 사살은 오히려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은 연천, 파주 등 접경 지역에서만 확인됐고 경북·충북 등에서 수천여마리 멧돼지를 포획했음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바이러스 전파는 대부분 멧돼지가 아닌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멧돼지 출현으로 인한 각종 인명, 재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멧돼지를 포획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생물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무분별한 포획이 아닌 개체수 조절의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hw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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