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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희망이 없었다" 고시텔서 열흘 굶다 빵 훔친 30대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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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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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새벽, 마트 출입문을 깨고 빵·냉동 피자 등 식품을 훔친 30대 '장발장'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북부 경찰서는 최근 이 지역 소재 고시텔에 사는 A(35)씨를 절도 범죄로 검거한 뒤 병원에 입원시켰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쯤, 자신이 사는 고시텔을 나와 인근 마트에서 빵 20여개, 냉동 피자 2판, 짜장 컵라면 5개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꼬박 열흘을 굶은 그는 마트 앞에서 소화기를 던져 출입문을 부쉈다. 오직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고시텔에 돌아와 빵과 컵라면을 먹고 허겁지겁 배고픔을 해결할 때쯤 A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 결과 A씨에게는 전과가 없었다. A씨는 산업용 기계의 유효기간을 체크하는 일을 해오다 지난해 말 퇴사했는데, 넘어지는 사고로 허리를 다쳐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A씨에겐 가족도 없었다. 돈이 다 떨어지자 카드 대출로 생활을 연명했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고시텔 안에 누워서 굶기 시작했다. 월세도 4개월 밀려 있었다.

기초생활 수급자 자격대상도 되지 않았다. 고시텔에 살아서는 주소지를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형사가 "몸뚱아리 믿고 뭐든 해보려 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아무 희망이 없었다"고 답했다.

마트 사장은 A씨의 사연을 듣고 선처를 바랐다.

경찰은 그가 상담을 거쳐 자살 고위험군이라고 판단, 병원에 입원 시켜 우선 정신적 회복을 하도록 돕고 병원에서 나오면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주거지 마련과 구직활동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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