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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왜냐면] 학교비정규직 노사 잠정합의에 부쳐 / 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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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15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시·도교육청은 2019년 임금 교섭에서 기본급 1.8%, 교통비 4만원·근속수당 1500원(10월부터 적용) 인상하는 데 잠정합의했다.

이번 교섭의 쟁점은 학교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 해소와 공정임금제(정규직 임금의 80%)의 실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과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종사자다. 여기에는 교육공무직과 강사(스포츠·영어회화 등), 기간제 교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수는 38만여명으로 49만여명인 교원의 78%에 육박한다. 초중고교에 종사하는 전체 93만여명의 종사자 가운데 41%를 차지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과 도움을 주고 건강과 음식을 챙겨주는 분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안정성은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할 수 있지만, 맡고 있는 업무에 견줘 제대로 처우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은 교원·공무원 등 정규직에 견줄 때 60~70% 수준이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정규직과는 달리 교육·연수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승진 기회도 없다. 다른 관공서에 비해 노동강도 역시 강한 편이다. 학교급식실 조리노동자의 경우 1인당 평균 130~150명분의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 평균인 66명의 2~3배 수준이다. 지난해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재는 726건에 이르며, 해마다 100여건씩 증가하고 있다.

16만명이 넘는 강사 직종의 경우 교육공무직에 비해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 이들은 보통 학교장 또는 교육지원청 관리하에 정부의 공공사업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정책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필자는 지난해 교육공무직 종사자와 강사에 대한 실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종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강사의 경우 교원과 유사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볼 때 교원의 직무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교원 보조 종사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교원을 단순히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험·실습식 수업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학교비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 강도나 난이도는 교원이나 공무원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거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연구진이 수행한 교육공무직과 교원 등을 망라한 직무평가 결과는 서로 약간씩 차이가 날 뿐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잠정합의한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 현 정부가 약속한 공정임금제 공약을 준수하고, 복리후생만큼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무기계약직으로 편제된 교육공무직을 온전하게 정규직 편제로 통합해야 한다. 또한 교육공무직의 절반이 넘는 방학 중 비근무자에게는 최소한 근로기준법상의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종사자의 생활보장 측면에서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사 직종의 경우 상시지속성 여부를 판단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들은 10년 넘게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앞으로 정규직 전환 채용 방식은 천편일률적 필기시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소중한 인재이며, 그동안 열악한 상황에서도 교육에 헌신한 공로 역시 중요하다. 필기시험이나 공채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느 한가지 방식이 절대적이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민간기업에서 유능한 인재를 특별 채용하거나 내부 경력자를 발탁 채용하는 방식은 보편적으로 활용한 지 이미 오래됐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수가 적정 수준의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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