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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싱얼롱 이어 ‘미드 정주행’도 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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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영화관서 몰아보기

왓챠플레이, 팬들 요청으로 기획

‘극장상영’ 보러 5만8571명 몰려

“다른 사람들과 감동 실시간 공유”

‘싱얼롱’ 이은 새 관람 문화 열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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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잠실의 한 영화관. 오후 1시 문이 열리는데, 오전 10시30분부터 몰려든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요즘 화제인 아이돌 가수의 상품을 사려는 행렬인가. “아니요. 드라마 보려고 왔어요.”(30대 한혜민씨)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이 이례적으로 ‘영화관에서 몰아보기’ 상영회를 열었다. 이 드라마를 한국에서 독점 서비스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오티티·OTT) 왓챠플레이가 주최했다. 왓챠플레이 쪽은 “큰 상영관에서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이 많아 상영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출연한 배우나 만든 제작진이 오는 것도, 엔지(NG) 장면이나 삭제한 영상을 넣어 재편집해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왓챠플레이에서 서비스 중인 다섯편을 그대로 틀어준다.

그런데도 영화관에서 몰아보겠다며 552석을 차지하려고 5만8571명이 신청했다. 추첨제였는데 “당첨됐다”며 감격해하는 글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이도 있다. 한혜민씨는 “선착순 좌석을 배정해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 일찍 왔다”고 말했다.

<체르노빌>은 1986년 일어난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다. 미국 케이블티브이인 <에이치비오>(HBO)에서 지난 5월 방영했고, 한국에서는 8월 서비스됐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가 논란이 되는 터라, 드라마가 다루는 원전의 위험과 공포가 최근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체르노빌> 몰아보기 상영회는 이런 작품 자체의 가치와 연관된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런 좋은 작품을 많은 이들과 함께 보고 싶어 영화관에서 상영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고 말했다. 왓챠플레이 쪽은 “원작자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은데 <체르노빌>에 대해서는 <에이치비오>에서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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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몰아보기 상영회는 관람 문화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첫 방송이나 마지막 방송을 팬들과 관계자가 영화관에서 함께 보는 시도는 있었지만, 전편을 몰아보기 한 경우는 드물다. 왓챠플레이가 지난 3월 박찬욱 감독이 만든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의 한국 방영을 앞두고 마케팅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 사실상 처음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로 ‘싱얼롱’ 관람 문화가 대두해 영화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관람의 재미를 배가시켰던 것과 비슷하다. 영화관으로 자리를 옮긴 ‘드라마 몰아보기족’들은 집에서 보는 것처럼 간식도 먹고 1회가 끝나면 화장실도 다녀오는 등 편하게 관람했다. 3회가 끝난 뒤 30분의 ‘인터미션’도 주어졌다. 혼자서 티브이를 보며 실시간 채팅으로 느낌을 공유하던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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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많은 이들과 드라마를 함께 보며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관 위로 콘크리트가 뿌려지는 장면에서는 좌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내가 가장 슬퍼하는 장면을 다른 이들도 공감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대한 감동이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왓챠플레이 쪽은 인터미션 동안 원전과 관련한 과학정보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

오후 1시에 시작한 몰아보기는 저녁 7시가 돼서야 끝났다. 상영회가 끝난 뒤 “확실히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집중할 수 있었다”(20대 김혜경씨)는 등 긍정적인 후기가 올라왔다. 왓챠플레이 쪽은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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