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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폭행… 日은 곧장 얼굴 공개해 체포, 한국은 늑장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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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 경찰, 피해자 신고 즉시 가해자 신원 파악해 전국 지명수배

韓 - 난폭 운전 항의 운전자를 가족 앞에서 폭행 '제주 카니발 사건'

18일 일본 오사카 시내에서 40대 남성 사업가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고속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하던 자신의 차와 접촉 사고를 낸 상대 운전자를 폭행한 혐의였다. 일본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하자마자 그의 얼굴과 이름 등을 낱낱이 공개하며 지명수배했고, 범행 8일 만에 체포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은 45일째 '수사 중'이다. 가해자는 오늘도 거리를 활보한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른바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이다. 한국 경찰은 가해자를 찾고도 그가 "바쁘다"고 하자 조사 날짜를 미뤄줬고, 17일 만에 딱 한 번 불러 조사한 뒤 불구속 입건했다. 신원은 여전히 비밀이다. 한국에서 '도로 위 폭행'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 수사 기관의 이러한 미온적 대응이 있다는 지적이다.

日, 즉시 얼굴 공개해 8일 만에 구속

사업가 미야자키 후미오(43)씨는 지난 10일 렌트한 SUV 차량을 몰고 일본 이바라키현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발견한 미야자키씨는 그 차를 추월한 뒤 차선을 계속 바꾸며 해당 승용차의 주행을 방해하더니 결국엔 차를 세웠다.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멈추지 못하고 미야자키씨 차량과 부딪혔다. 그러자 미야자키씨는 소리를 지르며 차에서 내려 피해 남성의 차로 다가왔고, "죽이겠다"며 얼굴에 주먹을 여러 차례 날렸다. 이 장면은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다.

조선일보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진 '도로 위 폭행 사건' 모습. 일본(왼쪽 사진)에선 사건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이 원본 그대로 공개됐고, 경찰은 가해자 얼굴(왼쪽 사진 상단)과 이름 등을 공개해 8일 만에 붙잡았다. 한국에서 공개된 오른쪽 사진에는 가해자 얼굴이 흐리게 처리됐고, 경찰은 '가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은 물론 성씨 등 기본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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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신고하자 경찰은 즉시 피해자 승용차에 남은 지문을 확보하고, 렌터카 회사를 압수 수색해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범인이 특정됐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며 전국에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은 "고속도로에서 난폭 운전으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기에 체포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미야자키씨가 최근 다른 2개 지역에서 난폭 운전을 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해 수사에 나섰다.

그사이 현지 언론은 경찰이 밝힌 가해자의 신상을 낱낱이 보도했다. 출신지와 출신 학교, 직업은 물론 성격과 어린 시절, 부모의 신상까지 소개됐다. "미야자키씨가 옛날부터 자동차와 여자에 집착했다"는 옛 회사 동료 인터뷰까지 나왔다. 일본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가해자 신상 정보를 옮기며 조속한 체포를 응원했다.

결국 미야자키씨는 범행 8일 만에 체포됐다. 잡으러 온 경찰관에게 "자진 출두할 테니 놓아달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미야자키씨 차에 동승했던 50대 여성에 대해서도 범인 은닉죄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韓, 17일 만에 소환 조사 후 풀어줘

직장인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제주도에서 가족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제주도 조천읍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B(33)씨가 몰던 카니발이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었다. 이른바 '칼치기'였다. A씨가 경적으로 항의하자 B씨가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더니 A씨에게 물병을 집어던지고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자신의 폭행 장면을 촬영하는 A씨 아내에게도 욕을 하며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로 밖으로 던졌다. A씨 부부 차에 타고 있던 5세, 8세 자녀가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 신원은 금방 파악됐다. 하지만 조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경찰은 'B씨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건 발생 17일째에야 B씨를 불러 조사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홧김에 그랬다" "나는 운전을 잘못한 게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를 폭행과 재물 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피해자 A씨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못 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 개인 사정으로 조사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가해자 B씨가 누구인지를 찾자'는 글들이 올라온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원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건 당시 충격으로 A씨의 아내는 정신과 치료를, 아이들은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법만 놓고 보면 한국 쪽 처벌이 더 세다. 일본에서 위험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의 처벌은 '15년 이하 징역'이다. 한국은 '3년 이상 징역'(운전자 폭행·상해 혐의)이다.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수사 기관의 미온적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양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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