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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FN 이사람]"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장애인 시설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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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교남소망의집 원장

파이낸셜뉴스

황규인 교남소망의집 원장/사진=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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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1982년부터 37년간 발달장애인 곁을 지킨 황규인 교남소망의집 원장( 사진)은 12일 '교남 식구들' 발자취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교남소망의집은 거처가 없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거주 시설이다. 교남소망의집은 단순 장애인들을 '울타리' 안에 돌보는 생활 시설을 넘어 사회 속에 거주하는 '커뮤니티케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이에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1인 독립 가구 등 그룹홈에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황 원장은 온전한 자립이 어려운 발달 장애인들을 시설 밖으로 보내는 데 난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부 발달장애인들이 '나가 살고 싶다' 말했을 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며 "2003년부터 당면한 '폭탄'을 해결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웃었다. 교남소망의집은 현재 29세대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자칫 따로 떨어져 '방치'가 될 수 있는 허점에 대해 교남소망의집은 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 설립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센터는 장애인 시설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황 원장은 "한정된 자원으로 복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센터를 지었다"며 "지난해 4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문해 4시간 동안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케어가 장애인 복지의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지만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황 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금은 과거 시설 방식처럼 인당 지원금을 주는 형식"이라며 "식대만 보더라도 한 곳의 시설에 다 같이 먹는 방식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남소망의집의 커뮤니티케어 초창기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많이 벌어졌다. 제도적 미비로 아직까지 그룹홈은 개별 시설로 취급받는다. 황 원장은 "그룹홈이 개별 시설로 구분돼 커튼 규격도 맞춰야 했다"며 "지원금도 적다 보니 책상도 중고장터에서 구입해 직원들이 고쳐 썼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기부 문화의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복지시설이 좋은 성과를 내면 오히려 기부가 줄어든다"며 "주변 사람들이 '교남소망의집은 알아서 잘하는 곳'이라고 말하는데 직원 모두가 어려운 살림에 헌신해 운영되는 곳인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교남소망의집이 설립된 1982년부터 원년 멤버로 활동했고 1995년부터 원장직을 맡았다. 황 원장은 "우연히 같은 교회에 다니던 지인의 소개로 근무하게 됐다"며 "전 직장에 비해 월급이 절반 이상 깎여 당황했었다. 봉사 정신도 없는 제가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37년 같은 자리를 지킨 그의 과분한 겸손함이 묻어났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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