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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고]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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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가 양국 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수출통제 대상이 일본 의존도가 높고, 수입처를 변경하거나 국산화하기도 어려운 소재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하 강제징용 손해배상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가 개시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도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부당하고 치졸한 조치라고 비판받고 있다.

경향신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성사되지 않는 한 양국 모두에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에도 손상이 가해질 것이다. 우리의 대응방안으로 거론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한국이 승소한다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분쟁해결기구에서 채택한 최종보고서의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해당 제품의 국산화 전환은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중장기적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당장 현안을 해결하는 대책은 될 수 없다.

따라서 사안의 심각성·시급성을 고려해 필자는 일본의 조치를 철회시키고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일본의 시비를 차단시킬 수 있는 효과적 방안으로 양국의 합의하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것을 제안한다. ICJ에 회부하는 것이 한국에 보다 유용한 논거는 우선, 한일청구권협정(이하 협정)의 효력범위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국가의 청구권을 상호적으로 포기한 것이지 피해자의 민사청구권을 개인이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다수 국제법학자들의 견해다. 둘째, 협정 제2조에서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문구에 개인의 배상청구권도 포함됐다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일제 식민지 시기에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불법행위에 대해 사죄의 문구가 포함돼야 하는데, 협정에는 그러한 문구가 없다.

셋째, 설사 개인의 민사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제하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경우와 같이 국가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반인도적 대우는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명백히 위반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이 합의로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은 어떠한 경우에도 위반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어떠한 조약도 강행규범에 저촉될 수 없으며, 강행규범에 저촉되는 조약 규정은 원래부터 무효이기 때문이다.

ICJ에 회부될 경우 주요 쟁점은 협정의 적용범위가 될 것인데, 특히 일제하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피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ICJ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양국 간의 미래지향적 우호협력을 저해하는 소모적인 역사적 분쟁을 종결짓는 것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무역질서 존중을 확인함으로써 국제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승환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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