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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특파원리포트] 새롭게 시작되는 美·中 협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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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1년 넘기며 장기화 / 이번주 고위급 실무회담 주목 / 한국, 日 경제보복도 겹쳐 암울 / IMF 극복한 저력 보여줄 때

미국과 중국 간 현대사는 흥미롭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전까지 미국은 중국에 애착이 컸다. 2차 대전 일본군에 함께 상대했던 경험이 컸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헬버스템은 저서 ‘콜디스트 윈터’에서 “미국은 중국이라는 곳이 순박하고 선량한 농민이 사는 곳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고, 문명 전수가 중요한 임무라고 믿었다”고 적었다. 실제로 이전 100년이 넘는 기간 수천 명의 미국인 선교사가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했고, 중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정치와 문화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장제스(蔣介石)와 국민당 몰락은 미국에 큰 충격이었다. 일본에 맞서 함께 싸웠던 우방이 하루아침에 러시아와 한편이 돼 적대국으로 돌아섰다.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대사건이었다. ‘실패한 대중 정책’이 1948년 미 대선 주요 이슈 중 하나였고, 6·25전쟁에서 미군은 중국군에 쓴맛을 경험했다.

세계일보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두 나라의 수교 과정도 쉽지 않았다. 1971년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면담했다. 1년 뒤인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을 만났다. 그러나 양국 수교는 1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집권 시에 성사됐다. 카터 대통령은 미국 내 반대 여론을 우려해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했고,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이 직접 관여했다.

마지막 고비도 있었다. 1978년 12월 15일 덩샤오핑(鄧小平)은 수교 협상단 미국 대표인 레너드 우드콕 주중 미국 사무소 소장을 만나 불같이 화를 냈다. 수교 이후 미국의 대대만 무기 수출이 가능하다는 전언을 듣고서다. 당시 장징궈(蔣經國) 대만 총통은 미·중 수교 발표 소식에 한밤중에 잠자리에서 일어났고, 대만인의 분노도 걷잡을 수 없었다.

미국이 생각했던 상상 속 중국과 현실은 달랐다. 중국을 국제무역 시스템에 편입시키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한다면 중국이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중국 발전은 공산당 입지만을 키웠다. 최근에는 민족주의 정서와 맞물려 더욱 공고해졌다.

무역전쟁이 1년을 넘었다. 절대 미국이 먼저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중국은 미국에 대해 3가지를 착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는 미국 의지를 오판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혹독하게 제재를 가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 여론을 오해했다. 맞관세 보복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할 것으로 봤지만, 무역전쟁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세 번째 미 동맹의 힘을 몰랐다. 무역전쟁이 촉발되면 국제사회 모든 나라가 중국 편이 돼서 미국을 비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외교가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지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미국에 당하는 중국을 보고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일부 국가의 여론도 있다. 미국의 동맹 시스템은 중국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견고했다.

이번 주 미국 협상단이 베이징을 방문한다. 지난 5월 워싱턴 협상 결렬 이후 고위급 대표단의 첫 대면 협상이다. 타결에 대한 기대치는 낮다. 무역전쟁 개시에는 양국 지도자의 의지가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중 무역 불균형 상태를 비판해왔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과 각을 세워 ‘강한 지도자상’을 연출했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기호지세(騎虎之勢)다. 두 정상이 종식을 원해도 마음대로 끝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 완화를 시사했지만, 미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중국도 굴욕적인 협상으로 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만큼 내부 여론에 민감하고, 주전파와 주화파의 갈등도 심각하다고 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 절대 좋지 않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터라 더욱 그렇다. 무역전쟁 파장을 감당하고,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우리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앞에 놓인 거센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IMF를 상기하고 국력을 한 곳으로 모을 때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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