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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테마여행] 63빌딩 길이보다 긴 크루즈…망망대해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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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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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멀미가 두려웠다. 일주일이나 배 위에 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생애 첫 크루즈 여행이란 것에 살짝 마음이 동하기는 했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귀에 붙이는 패치부터 짜먹는 약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출장을 제안한 동기 장주영 기자는 "걱정 붙들어 매. 웬만해선 멀미의 멀 자도 생각 안 날 거야"라며 안심시켰다.

크루즈를 타기 위해 속초항에 도착하자 좀 놀랐다. 크루즈 크기가 정말 장대했다. 관계자 말을 빌리면 여의도 63빌딩을 눕힌 것보다 40m나 더 길고, 무게도 11만4500t에 최대 승선 인원은 3780명이나 된단다. 배 한 척이 가진 기록이라고 믿겨지지 않았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걱정은 젖은 땅이 햇볕에 말라가듯 조금씩 사라졌다. 문득 배의 이름이 궁금했다.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 이번 크루즈 여행을 주관한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는 "세레나는 조화와 평온이란 뜻을 지녔다"며 "그 이름 뜻처럼 크루즈에 있는 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시아 속 작은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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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부부가 크루즈 선상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첫 기착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첫 모습은 차가웠다. 항구에 도열한 여러 척의 군함들 때문인지 각박한 느낌이 전해졌다. 한인들이 강제로 중앙아시아발 횡단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던 아픈 과거사가 떠올라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시내로 나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숙한가 싶다가도, 이국적인 도시풍경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해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드미랄 포킨 거리에서는 조지아 음식 전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포킨 거리에서 코스타세레나가 정박해 있는 항구까지 20여 분을 걸었다. 연해주 신한촌 항일운동기념탑과 서울거리 등을 스쳐 지나갔다.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지로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이 도시에서 거처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인들은 1937년 '일본과 내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스탈린에게 중앙아시아로 내쫓겨진 가슴 아픈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걷는 내내 여러 감정이 교차됐다.

◆'러브레터 촬영지' 오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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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타루 메르헨 과자거리의 오르골당 앞의 전경.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 '러브레터' 속 배경이 된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작은 어촌마을이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청량한 공기는 마치 솜사탕이 내 몸으로 살포시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일행들 모두가 이 공기의 가벼움(?)에 몇 번이나 감동을 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여주인공 히로코가 영화 속에서 오르내리던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는 덤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는 애틋한 첫사랑의 정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도시다. 영롱한 오르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오르골 상점들은 오르골 소리만큼이나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사과의 본고장' 아오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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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댄서들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혼슈의 최북단 아오모리항에 도착하자 지역 주민들이 나와 환환 웃음과 함께 에코백을 나눠주며 여행객을 맞았다. 때마침 열린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는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하다. 특히 사과의 본고장답게 하얗게 만개한 사과 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사과를 소재로 한 사과 초콜릿, 사과 식초, 사과 젤리, 사과 시럽 등의 제품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파랗고, 빨간 사과를 잘게 썰어 그대로 건조한 사과는 그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 상점이 엔화를 받고 있어 여행 전에 미리 환전을 해두는 게 좋다.

▶▶ 크루즈여행 100배 즐기는 팁 = 크루즈에 타기만 하면 감동이 넝쿨째 들어온다? 천만에다.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적극적인 언어다. 크루즈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자신의 개성과 취향대로 미리 설계하고 준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롯데관광에서는 후속으로 오는 10월 8일과 15일에 출발하는 크루즈여행 상품을 마련한다. 올가을 10월 8일에는 인천항을 출항해 중국 상하이와 일본 나가사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속초로, 15일에는 속초항을 출항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사카이미나토를 거쳐 부산으로 입항하는 일정이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불편했던 기억은 승선 첫날 저녁의 붐비는 정찬 식사였다. 첫날이어서 우왕좌왕했고, 1500명 정도가 한 장소에 모여 있었기에 기대했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서 팁 하나. 승선 첫날 저녁식사는 선내의 유료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이탈리아 코스요리와 중식당 훠궈 전문 유료 레스토랑은 쾌적하고, 음식 수준이 제법 높다.

[러시아 · 일본 = 류영상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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