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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눈에 비친 ‘학생 성장’… 애증의 ‘학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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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교사의 시선

<편집자주>

기승전 ‘대학입시’인 한국의 교육 정책을 맡은 교육부의 큰 고민 거리 중 하나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지난해 불거진 숙명여고 내신 비리 사건과 JTBC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로 학종의 그림자가 드러나 당국자들의 부담감은 더 커졌다. 2018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조사에서 팽팽하게 맞섰던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시전형 확대파와 반대파로 갈려 여전히 치열한 논쟁중이다.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정성적 평가인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다.

교육부가 4~5월 두 달간 전국을 돌며 6차례에 걸쳐 ‘고교-대학 원탁토의’를 연 것도 학종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차원이었다. 원탁토의에 참석한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250명에 달했다. 이들은 원탁에 둘러 앉아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생각하는 학생의 성장’, ‘입학사정관이 기록을 통해 바라보는 교실 수업과 평가’, ‘교사가 생각하는 학생 성장을 위한 수업과 평가’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원탁토의 후에는 교육 전문가가 참석해 좌담회도 진행했다. 교육부는 원탁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종 개선책을 마련중이다. 원탁토의에서 나온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 교육당국자 등의 발언을 세 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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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장’은 무엇인가

일선 교사들이 ‘학생성장’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잠재력’, ‘가능성’, ‘다양성’, ‘존재감’, ‘미래’, ‘가치’ 등이었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1회 원탁토의에 참석한 교사들은 학생 성장이란 △육체적, 정신적, 전인적 성장 △꽃을 피우듯이 비상하는 것 △잠재 가능성을 키워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학생 각자의 잠재력을 배움과 소통을 통해 발현시켜나가는 과정 △학생들의 다양성 인정은 존중에서 출발하는 것 △한 권의 책을 읽듯 자신의 색과 모양을 완성하는 과정 △간절함을 담아 작은 변화에서 자신의 방향을 찾고 즐겁게 함께 가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김종표 수리고 교장은 “성장이란 학생 스스로 주인이 되어 도전하고 성공하는 다양한 경험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랜드힐튼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회 원탁회의에 참석한 김세용(인천여자상업고) 교사는 “학생성장이란 학생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느 대학에 가는 게 아니라 무엇을 잘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 입시제도 중심 교육정책에서는 학생의 성장 과정을 제대로 기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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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기록을 제대로 담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선사하는 울림을 전한 목소리도 있었다.

2차 원탁토의에 참가한 강원도 홍천여고의 한 교사는 4~5년 전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잘 하던 제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건축학과를 가고 싶어 하던 학생이 구제역 때문에 키우던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을 보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어했고, 결국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전했다. 4차 원탁회의에 참가한 산삼고 박창일 교사는 “1~2학년 때 일진학생으로 성적이 엉망이었는데 3학년 때 지금 시작해도 될지 물어본 학생이 있었다”면서 “그 학생의 지도방법을 고민하면서 상담을 통해 이끌어주고 학생도 피나는 노력을 해서 4년제 전자공학과에 보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대학에서도 잘 지내고 대기업에 취업도 돼서 학교에 와 자기 경험담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5차 원탁회의에 참가한 김순남 교사는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A4 용지 가득히 그 이유를 써왔던 학생을 떠올렸다. 김 교사는 “이 학생은 대학이 자신에게 필요가 없다고 하며 나중에 필요하면 갈테니 지금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면서 “처음에 당황하던 담임은 이 정도 주장을 할 정도면 굳이 대학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학생과 함께 부모님을 설득했고, 그 학생은 지금 인디 밴드를 하며 행복하게 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답이 사라지면 오답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해준 학생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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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학생부’…고교·대학간 소통 절실

일선 교사들은 학생 성장을 기록한 학생부의 어두운 민낯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차 원탁토의에 참가한 원주 북원여고의 한 교사는 “훌륭한 연기자를 만들어 입시를 치른다는 느낌”이라며 “교사는 과장되게 쓰는 것 같은데, 입학사정관은 그 내용을 믿는다”고 꼬집었다.

대전 전민고의 김세창 수석교사는 6차 원탁토의에 참석해 “200~300명 학생들 대상으로 수업·평가·기록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를 위한 교육 과정과 시스템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무룡고 오우진 교사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느낀점 등을 쓰는 양이 굉장히 많고, 종합적으로 쓰는데 어떤 경우는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쓰는 걸로 끝나기도 하는데 이것으로 학생기록부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쓸 수 있는지 매번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황창호 명륜고 교사는 “시도별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짜고 있지만 입시와 분리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무엇을 해도 결국 입시”라고 하소연했다. 한 국제고 교사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생의 잠재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해줬으면 한다”면서 “계량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고교와 대학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활동)을 이해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고교-대학 간 원활한 소통의 장이 자주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교사도 “교사의 평가권을 신뢰하고 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한 입학사정관님들과의 소통 및 나눔의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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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관찰해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평가과정표나 성과과정을 누계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어떤 인재를 키워야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전제되고, 이를 위한 교육과 선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밖에 학생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교사의 전문성 함양 필요성도 나왔고, 학생의 잠재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과 그 구체적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고교-대학 사이의 교육과정이 연계돼 학습이 이뤄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여러번 나왔고, 대학에서 고교현장의 실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장광진 교사는 “학종 발전을 위해서는 고교-대학 간 연계 전형이 신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는 고등학교가 3년간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했는지 알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사정관을 보내야하는데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면서 “고교와 대학 소통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부와 대학에서 노력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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