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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공유경제 둘러싼 혁신·포용 갈등, 한가하게 설전만 벌일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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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공유경제를 둘러싸고 이틀 연속 설전을 벌였다. 화두는 혁신과 포용이었다. 최 위원장은 23일 "정부는 혁신과 포용의 균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균형을 강조했지만 포용에 무게를 실었다.

혁신 과정에서 낙오자들을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는 최 위원장 말은 맞는다. 혁신과 포용이 양립할 수 없는 가치도 아니다. 하지만 포용에 방점을 찍으면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공유경제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혁신을 가로막는 이들의 저항을 정부가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수수방관한 게 원인이었다. 특히 차량·승차 공유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2016년 전세버스를 이용한 공유 서비스 '콜버스'를 좌초시킨 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타다 등 새로운 운송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생존권을 말살한다"며 격렬히 저항해왔다. 이런 마당에 또 택시 업계 달래기에 무게를 싣는다면 혁신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 경쟁자들의 출현으로 택시면허 가격이 급락하는 등 택시 업계가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 급변이라는 시대 변화는 무시할 수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길 원한다"며 변화를 인정했다. 또한 차량 공유를 넘어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택시 업계는 자율주행차마저 막겠다고 할 것인가.

기술 진보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저항을 부르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구 산업 간 충돌은 더 많아질 것이다. 기업에 양보를 강요하면 혁신의 싹은 움틀 수가 없다. 전 세계가 모빌리티 혁명 중인데 우리는 정부와 기업이 네 탓만 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어선 안된다. 정부는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보다는 혁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의 붉은깃발법까지 언급하면서 규제 혁파와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포용이라는 잣대가 신산업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면 혁신성장은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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