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퇴출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동맹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기편에 서기를 요구할 것이고, 우리가 미국에 호응했다가는 중국이 반발할 게 뻔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기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집중 공격한 데 이어 관광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액은 2017년 한 해에만 8조원이 넘을 정도였다.
미·중 화웨이 전쟁은 안보 이슈였던 사드 사태보다 우리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100개가 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콕 집은 LG유플러스의 5G 장비 거래 외에도 지하철 노후 통신망 개선, 금융기관 전산망 등에 화웨이 장비가 다수 들어가 있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화웨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상당량 공급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만 계속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 간 거래에 개입 불가' 등 원칙을 세워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미·중 화웨이 전쟁이 '제2의 사드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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