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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디지털은 어떻게 제조업 `물류창고`를 `풀필먼트(fulfillment)`로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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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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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34] ◆아마존이 촉발한 '물류창고'의 진화, '풀필먼트'

1995년 시애틀 아마존 사옥 지하에 있던 작은 창고(Warehouse)는 오늘날 전 세계 170곳이 넘는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로 진화했다.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중개형 오픈마켓)에 참여하는 판매자들과 소비자 대상 회원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연결시켜주는 접점이다.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Fulfillment By Amazon)'을 이용하면, 판매자는 아마존의 물류센터에 제품을 공급하고, 15% 수수료를 내면 보관 및 출하, 결제, 고객서비스 등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최종 소비자들은 실제 제품 판매자 대신 플랫폼 '아마존'을 더 신뢰하기에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한 판매자들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일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 89%가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 대신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것'이라고 답했고, 특정 물건을 사려고 할 때도 구글에서 검색한 사람은 20%인 데 반해 곧바로 아마존에서 검색한 사람이 66%에 달했다.

아마존이 FBA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MIT 공대 출신 공급망관리(SCM) 전문가 제프 윌크를 영입한 이후 취한 변화가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적합했던 기존 소매유통 물류 방식은 e커머스에서 비정형적인 다품종 소량 제품 조합을 비정기적으로 입출고하는 것에 맞춰 바뀌어야 했다. 아마존은 기존 물류센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고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제품을 배송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주문 후 선적까지 걸린 기간은 3일에서 4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기존 제조·유통 기업, 문제는 디지털화 안 된 생산·공급망

그러나 기존 제조·유통 업체들은 아마존처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대형 투자를 해오지 않은 현재 최종 소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 아마존이 아닌 다른 제조·유통 회사들은 어떻게 '디지털 풀필먼트'를 넘어 궁극적으로 중간 유통업체 없이도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에서 직접 고객과 만나는 'D2C(Direct to Consumer·DTC·소비자 직접 판매)' 비즈니스를 달성할 수 있을까.

최근 매티어스 홀웩(Matthias Holweg)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벤 로손(Benn Lawson)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 부교수, 프릿츠 필(Frits K Pil) 피츠버그대 카츠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어떻게 디지털 풀필먼트가 제조업을 바꾸고 있는가(How Digital Fulfillment Is Changing Manufacturing)'를 통해 아마존이 아닌 회사들이 어떻게 디지털 풀필먼트를 실천할 수 있는지 소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제조업체와 소매유통업자들이 디지털화되지 않은 생산과 공급망 프로세스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진정한 고객 니즈를 이해하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고객 수요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제조업체는 할인 없이 처치가 곤란한 재고를 떠안게 되거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재고를 소매업자에게 공급하지 못해 품절 사태를 야기한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Omni-Channel)' 유통이 나타나며 이런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디지털 풀필먼트 실현되면…소비자가 원하는 특성·가격·시간에 따라 제품 공급 가능

저자들은 고객은 기본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때 다음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다고 한다. '지금 내가 원하는 특성의 제품이 있는가'(제품 특성), '가격은 받아들일 만한가'(가격), '제품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는가'(시간) 등이다. 저자들은 소비자들이 상충되는 3가지 차원을 서로 적정 수준에서 절충한 선택지를 고른다고 말한다.

기존 풀필먼트 전략은 고객이 여러 차원을 충분히 고려하고 절충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할인은 어디까지나 재고 소진 필요에 의해 진행되며, 색상 등 제품 특성은 재고에 따라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

제조업체는 디지털 풀필먼트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 특성·가격·전달 시간 간 상충 관계를 보여주고, 이 정보에 입각한 소비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 있다. 진정한 고객 선호도를 파악하고, 시장 수요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디지털 풀필먼트 참고 사례는…아디다스 '스토어팩토리'와 메신저백 제조사 'Timbuk2'의 키오스크

저자들이 대표적인 디지털 풀필먼트 사례로 꺼내든 건 아디다스가 2017년 독일 베를린 아디다스 매장 안에서 팝업 스토어로 시작한 '스토어팩토리(storefactory)'였다. 고객은 매장 쇼룸 내부에서 신체 스캔을 받은 뒤 몇 시간 만에 니트 기계가 즉석 생산한 맞춤형 니트 스웨터를 받을 수 있었다. '스토어팩토리'는 디지털 풀필먼트에서 생산에서 최종 사용자로 이어지는 시공간과 정보 통합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아디다스가 도심 외곽에서 떨어진 공장에서 2015년 말 생산을 시작한 '스피드팩토리'와는 초점을 달리한다.

저자들은 디지털 풀필먼트는 온·오프라인, 제조·유통을 아울러 제조에서 매장까지 정보를 통합해 전통적인 풀필먼트 채널로는 제조업체가 얻을 수 없는 고객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로 채널별로 나뉘었던 전통적인 풀필먼트 채널을 통합한 게 '디지털 풀필먼트'란 설명이다.

다른 사례인 메신저백 제조사 Timbuk2는 일부 소매점에서 고객이 맞춤형 가방을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무인 판매대)를 제공한다. 만약 기성품 재고가 매장에 없다면,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매장 키오스크를 통해 얻은 고객정보로 생산에서 최종 소비자 배송까지 걸친 '리드타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풀필먼트를 실행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저자들은 디지털 풀필먼트를 실천하려는 제조업체가 반드시 해야 할 4가지 일을 권고했다.

①주문·풀필먼트 전략을 재고하라

우선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경제적인 신기술을 탐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 지역과 멀리 떨어진 대규모 생산 공장 대신 개별 매장이나 인근 매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 3D 프린팅 같은 디지털 제조 발전은 새로운 제조 공정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②공급망을 재편하라

공급망에 있는 기존 파트너들이 비효율성에 너무나도 잘 대처하고 있는 나머지, 제조업체는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이나 선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공급자들의 역할을 재정의해 고객이 보는 모든 선택사항의 스펙트럼을 고객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반영해줘야 한다.

③채널 전반에 대한 가시성을 만든다

제조와 유통 전반에 걸쳐 운영과 재무 정보를 통합하는 공통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모든 사용 가능한 풀필먼트 채널에서 주문 파이프라인을 개방하면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회와 비용을 수면 위로 드러낼 수 있다. 모든 공장과 재고 기반 풀필먼트 채널을 단일 IT 시스템에 통합함으로써 커스터마이징 역량을 더 잘 활용하고 완제품 재고를 줄이고, 고객들에게 제품이 전달될 때까지 기꺼이 기다리도록 하기 위해 가격, 시간, 제품 특성을 절충할 수 있다.

④고객에게 솔루션 공간을 개방하라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제품 특성, 가격, 시간 차원의 선택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관된 고객 선택지를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Timbuk2 키오스크처럼 고객을 선택으로 이끌어 제품 개선을 검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저자들은 디지털 풀필먼트는 제조업에 있어서도 고객이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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