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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표밭' 유대계 두고 분화하는 美민주당…틈 파고드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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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AIPAC 연례 정치행사…행정부·공화·민주 핵심인사 총출동

민주당 신진세력은 거리 두기…트럼프, "민주당 반유대적" 균열 시도

연합뉴스

지난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AIPAC에 참석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례행사가 열린다.

24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정책 콘퍼런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공화당 소속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와 정치권의 핵심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내달 9일 총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야권 후보 베니 간츠 전 군참모총장도 연설자로 나선다.

매년 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AIPAC 정책 콘퍼런스에는 늘 이렇게 쟁쟁한 인사들이 연설 무대에 올라 AIPAC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 정치권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대거 불참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 등이 줄줄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에서 AIPAC과의 '거리 두기'를 주도하는 인사들은 주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에 입성한 신진세력이다. 무슬림 여성으로서는 처음 하원에 발을 들인 일한 오마르 의원(미네소타)과 라시다 탈리브 의원(미시간)이 주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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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이들의 비판적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와 대조를 이루면서 초당적으로 이뤄지던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 움직임에 균열을 만드는 한편 2020년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때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나 다름없었고 단순한 실수로도 정치인의 커리어를 망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스라엘 문제가 민주당의 신진세력과 공화당 간 당파적 논란거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겪고 나서 엄청난 자금력을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유대민족에 대해 조건 없는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이제는 점차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놓고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시리아와 52년간 분쟁이 이어져 온 골란고원의 주권을 놓고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반(反)유대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유대계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공화당으로 옮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젝소더스 운동이 유대인들을 민주당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완전히 무례하다! 공화당은 두 팔을 벌려 기다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젝소더스(Jexodus)'는 유대인의 출애굽(Exodus)에서 따온 말로 엘리자베스 핍코(23)라는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민주당 지지를 거둬들이자며 주도하는 운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젝소더스 운동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투표장을 찾은 유대인의 79%가 민주당을 찍었다. 2016년 대선에서도 유대인의 71%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표를 던졌고 2012년 대선에서도 69%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찍어 민주당에 대한 공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지난해 이뤄진 갤럽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 유대인은 26%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 없이 이스라엘 편에 서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과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주자들은 AIPAC의 정책 콘퍼런스 연설 무대를 마다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과 2012년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08년 AIPAC에 참석했으며 2020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2016년 AIPAC에서 연설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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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AIPAC 연례행사에서 연설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EPA=연합뉴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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